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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다 웬 돌에 발이 걸릴 뻔 했다. 누군가의 코와 입인 듯 연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씩씩댄다.
꿰어지길 기다리며, 우리는 또 얼마나 설레왔는지. 꿰어나가는 동안 가만히 숨을 죽여 본다.
여행길에서는 때때로 아무런 이유 없이 걸음을 멈추어 보아야 한다.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인사를 건네 올 것이다.
무엇을 향해 온 몸을 기울이고 있는지, 물어도 알 턱이 없다. 가지런히 늘어선 향기로운 마음에 조용히 설렐 수 밖에.
모양새는 달라도 뿌리가 같은 이들. 굳게 다문 입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활짝 핀 꽃잎 안에 또 다른 꽃 하나가 피어났다. 늘 보던 것과의 거리를 좁힐수록 또 하나의 세계가 피어난다.
다녀간 이들이 남긴 뿌연 발자국만큼 막연해지는 마음. 그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문득, 바다에서도 목탁소리가 들린다.
진즉 꺼진 불빛, 전에는 무슨 색을 내며 빛났을까를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다시는 켜질 일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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