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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이 구름이 몸을 웅크려 내려앉았다. 그림자만큼 둥글어지고 싶은 그 마음의 이유를 묻는다.
파도 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파도 따라 넘실대고 싶기 때문일까. 파도처럼 굽이치는 가지 끝에 바다를 닮은 초록이 피었다.
12월이 되면 삼청동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 겨울 트리가 제일 먼저 알고 반짝, 불을 밝힌다.
아무리 사소한 흔적이라도 지나치지 말 것. 그것이 흔적으로 남기 위해 지나쳤을 시간은 치열했으므로.
얽매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얽매임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더 돌아볼 때.
온 세상이 푸르게 푸른,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도시의 삭막한 모습에 지쳤다면, 조금은 외진 곳을 찾아들어도 좋을 것.
장승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눈이 변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마주하면 모든 것이 보여지고 말 것 같은 그 눈이.
한 줄기 끝에서도 서로 고개를 돌리는 것은 왜일까. 맞부딪히지 않고, 그래도 발끝을 맞댄 채 살기 위해서라면 다행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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