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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봉지 너머로 따스함이 퍼진다. 호도과자 하나 입안에 넣으니 부드러운 것이 굴러다니며 담백하고 정갈한 향을 묻힌다.
기억의 단편들을 잘라내어 완성한 모자이크. 웃음보다 선명한, 감출 수 없는 아련함.
거울과 거울 바깥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물빛이 하늘빛에 스며들고 있다.
같은 가마에서 같은 온도의 불을 쬐었을 터인데 빛깔이며 재질, 무엇 하나 닮은 것이 없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 평화롭지 않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무도함이 남긴 흔적이 기억되지 않을 때 평화를 이야기한다.
다시 눈이 내리는 딱 그 때까지만, 우리는 새들이 흩어진 자리를 조심스레 딛는다. 이 자리에 소리들이 차오르면 오히려 한 발을 물러서야 할 터.
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곳을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억이 이어지는 한 영원이 흔들릴 깃발들.
이름을 붙이는 일, 그 하나로 이렇게나 특별해지는 길. 괜스레 우연히 마주친 풀꽃 한 송이에 이름을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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