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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끝내고 내려가기 전, 내가 걸어온 세상의 모든 땅을 보았다. 걸을 땐 몰랐는데 굽이굽이 이어져 수갈래로 나뉜 길을 걷고 있었구나.
영겁의 바위를 뚫고 들어 앉아 그 역시 바위가 되기까지 흘렀을 인고의 시간이 어둠처럼 내려 앉아 굴 안을 맴돌고 있구나.
몇 번의 계절과 몇 번의 풍경이 흘러갔을까. 여전히 그 자리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래서 아름다운.
산과 바다, 그리고 들이 한 눈에 담겼다. 한 자리에 앉아 온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있을까.
봉오리를 올려내기도 전에 핀 꽃들의 색깔이 선명하다.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들이 건네는 꿈 이야기들.
꽃이 진 자리는 한 번 더 차오른다. 더욱 선명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계절 꽃을 저물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 날이 머지 않았다. 그리 믿으며 희망을 외치던 이들의 이름 석자. 빛이 가득한 이곳에서 영원히 기억되리라.
바다도, 하늘도, 땅도 아닌 곳에 물고기 한 마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전히 퍼덕이는 꼬리가 곧 여행을 떠날 듯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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