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펼쳐지는 뽕나무 축제 ‘선잠제향’

초록의 숲으로 울창한 성북구 선잠단지는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유서 깊은 양잠시설이다. 900㎡가 넘는 면적의 선잠단지 안에는 46그루의 뽕나무와 홍살문, 표지석 등이 있으며 현재 사적 제8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평소에는 한산하지만 매해 5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선잠제향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봄이면 왕은 쟁기질을 하고 왕비는 몸소 누에를 치는 친경 친잠의 예를 행해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선잠제향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역대 왕실에서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며 지냈던 전통 제사이다. 잠업을 주관하는 신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는 선잠제향은 1400년에 설치된 성북동의 선잠단에서 진행했다. 선잠제향은 1908년에 사직단으로 옮겨서 배향한 후 중단되었다. 성북구에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고증과 자문을 받아 1993년에 선잠제향을 재현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색 축제인 '선잠제향'을 즐겨보자

선잠왕비와 공주 퍼레이드로 시작된 선잠 제향 행사는 선잠 왕비와 공주, 제관 및 취타대 등 150여 명이 성북 구청에서 한성대 입구 사거리를 지나 선잠단지까지 깃발을 펄럭이며 퍼레이드를 펼친다. 이들이 선잠단지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제례가 행해진다. 제례악의 경건한 곡조와 함께 영신례, 전폐례, 초헌례, 종헌례, 음복례, 망료례의 순으로 봉행된다. 이 제사는 신위에게 예불을 올리며 신위에게 첫째, 둘째, 셋째, 잔을 올리며 제주가 복을 받아 작을 올린 후 축문을 태우는 의식이다.
 

선잠제향 행사는 1시간 가량의 다양한 제사를 올린다. 제례가 펼쳐지는 선잠단지 안의 모습은 진지하지만 그 주위는 즐거운 축제 분위기다. 관광객이 왕과 왕비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돼 있고, 퍼레이드에 참여했던 행렬들이 시민들을 맞이하며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시선을 잡는 것은 누에를 관찰할 수 있는 부스다. 이곳에서 살아있는 누에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누에고치에서 살을 뽑고 감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꿈틀꿈틀 하는 누에들을 징그러워하지도 않고 만져보고 옷에도 올려보며 신기해한다. 아이들에게 선잠 제례의 의미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우리 선조들에게 양잠은 농사와 더불어 생존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해주는 기초 산업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적 역할까지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