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품고 있어 마을보다 군부대의 수가 더 많은 북쪽 도시, 경기도 연천. 삭막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이곳에, 그것도 최북단을 흐르는 임진강 북쪽에 화려하고 향이 진한 허브 농장이 있다. 한때 전직 대통령 가족의 소유로, 언론에도 여러 번 오르내렸던 허브빌리지(Herb Village)다.
허브빌리지로 가는 길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허브빌리지. 주차장에 닿으면 매표소까지는 기분 좋은 숲길이다. 짧아서 아쉽다. 먼저 들를 곳은 허브 온실이다. 1,238㎡, 즉 374평 규모를 지닌 유리 온실로, 허브의 용도 및 테마를 기준으로 한 여덟 개의 정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서 100여 가지 허브를 비롯해 20여 가지의 난대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스페인에서 건너와 최고 수령을 지닌 300년의 올리브나무도 다섯 주나 있다. 이어져 있는 허브역사관에도 들러서 허브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꽃밭을 거닐면 좋을 듯하다.
펜션을 비롯해 허브샵, 예식장과 회의실, 양식당, 한식당, 카페까지. 접경지역이라고 하지만 부대시설도 화려하고 다양하다. 버스는 전곡시외버스터미널이나 전곡구터미널에서 허브빌리지까지 하루에 여덟 번을 왕복한다. 그러나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사전에 터미널에 시간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기차는 전곡역으로 가는 것이 가깝다.
허브빌리지와 함께하는 허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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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Herb)는 꽃처럼 향기로운 풀을 일컫는 말이다. 원어는 '푸른 풀'을 뜻하는 라틴어 허바(Herba)이다. '줄기와 잎이 식용 · 약용 · 향신료로 이용되는 식물로, 최근에는 Health(건강), Eatable(식용), Refresh(신선함), Beauty(미용)의 복합어로 풀이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잡초와는 구별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풀이 허브이다. 허브는 외국의 들풀로 오해하기 쉬우나, 옛날 우리네 마당에 심었던 백합과 박하, 단오절에 머리를 감았던 창포를 비롯해 파, 마늘, 고추, 쑥과 들나물, 산나물 등 모든 한약재도 허브다.
6월 무렵 쉬이 볼 수 있는 대표 허브는 라벤더(Lavender)다. 꽃과 잎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화장품, 비누, 목욕용품의 향료와 아로마테라피용으로 쓰인다. 이밖에도 솔잎향이 나며 머리를 맑게 해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로즈마리(Rosemary), 누구나 좋아하며 요리에서 포푸리까지 폭넓게 생활에 애용되는 민트(Mint),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쓰이며 고기와 생선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이지(Sage)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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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허브빌리지 탐방에 나서보자. 안으로 들어서면 한동안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화사한 꽃, 바람에 실려 오는 허브 향. 거기에 지중해풍의 아기자기한 건물까지. 마치 영화 속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에 들어선 듯, 좀처럼 분위기에 동화되지 않는다. 이어 눈길은 드넓게 펼쳐지는 라벤더 꽃밭을 지나 임진강 줄기로 향한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사진 언덕배기에 각종 허브는 물론, 우리의 자생식물까지. 각양각색의 꽃들이 '꽃이 봄에만 피랴'라고 항변하듯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꽃 저 꽃에 눈을 맞추다 보면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꽃밭 전체가 알록달록 꽃 물결로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게다가 향은 얼마나 좋은지. 벌과 나비뿐만 아니라 관람객 모두 코를 갖다 대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꽃밭을 거닐다 보면 스스로가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허브와 함께 즐기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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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한여름에 웬 꽃밭?’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한여름엔 몸과 마음이 눅눅해지기 쉽다. 이럴 때 우리의 심신을 보송보송하게 해주는 기운이 필요한 법. 여기에 화사하고 향 좋은 허브만 한 게 또 있을까. 게다가 봄철의 황사와 미세먼지로 혹사당한 폐를 정화하는 데도 싸한 허브 향이 제격일 듯싶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보라와 같은 시원함을 맛보려면 허브빌리지로 가볼 일이다.
흐르는 땀은 산바람과 강바람의 몫이다. 곳곳이 그늘진 쉼터요, 전체가 포토존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다. 꽃을 보며 기분 전환도 하고, 적당한 경사의 길을 걸음으로써 부족한 운동량과 일조량도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꽃의 바다를 유영하다 보면 2시간 정도는 훌쩍 지난다. 식사도 허브빌리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산과 강이 유리창을 통해 그대로 보이는 식당이나, 야외 테라스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단 느낌이다. 이곳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아이스커피 한 잔 들고 꽃밭을 다시 거닐어보고 싶은 유혹은 역시 어쩔 수 없다.
한적하면서도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터를 잡은 꽃밭과 지중해식 건물. 마치 지중해 휴양지를 연상케 해주는 이곳, 허브빌리지. 연천군의 태풍전망대, 임진강 평화습지원이나 평화누리길의 명소와 함께 둘러봐도 좋아요!
글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양창현
발행2021년 07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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