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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에게 빌어보는 소망, 달배달맞이축제


깨끗한 물 한 그릇 떠놓고 서울 간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정성스레 달을 향해 손을 모은다. 인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행복한 일이 많지만, 평생을 두고 묻는다면 부모에게 자식들 잘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으랴. 부모에겐 자식이 잘되는 것이,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에게는 새 생명이, 자녀에게는 부모의 건강이, 한국의 소원 빌기는 대부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빌어온 문화가 아닐까 싶다. 전국 곳곳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1년 가득 품고 갈 소원을 가지고 달맞이축제가 한창이다. 

                    
                

놀이마당으로 흥을 돋우며 시작하는 달배달맞이축제

풍악 소리에 모두 흥겨운 달배달맞이축제의 모습.

매월 음력 정월 대보름을 맞아 대구 달서구에서는 월광수변공원에서 달배달맞이축제를 연다. 정월 대보름날에 달집을 태우는 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 세시풍속 중 하나이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세시풍속은 많지만 유독 정월 대보름에 하는 세시풍속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점치는 중요한 행사였다. 대부분이 농경사회였던 때에 농사의 풍년은 국가의 중요한 사항이기도 했다. 현재 지방 곳곳에서는 아직도 그 전통을 이어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축제를 연다.
 
달이 뜨는 동쪽에 문을 내는 것을 달집이라고 한다. 달집태우기는 보통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안에 짚으로 달 모양을 만들어 넣은 다음, 그 외에 각종 땔감으로 채운 뒤에 풍악을 울리며 달집태우기가 시작된다. 불이 골고루 활활 잘 타오르면 풍년, 타다가 꺼지면 흉년. 이웃 마을과 경쟁하여 더 잘 타면 이긴 마을이 풍년, 다 태워진 재가 넘어지는 쪽이 풍년 등등 달집을 태우며 점치는 한 해의 풍년 기원은 다양하다.
 
농업이 아직도 주업으로 있는 곳이야 당연히 정월 대보름에 논을 배경으로 달집태우기를 한다. 그러나 이미 도시화가 많이 되어버린 대구 달서구. 이곳의 달집태우기는 사라져가는 고유의 전통문화를 살리고자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1997년에 새로이 복원되었다. 주변 지역의 풍년 농사 기원과 더불어 달서구의 한해 액운을 막고 소원을 비는 것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축제다. 

 

마음 모아 빌어보는 한 해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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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담아 하나하나 묶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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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까지 뻗어가는 소원 불길.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친 한 어머니의 바쁜 발걸음이 월광수변공원으로 향한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니 연중행사인 달집태우기 축제에 소원을 빌러 가시는 것이다. 이집 저집 삼삼오오 모여 수다와 함께 도착한 곳엔 이미 축제의 분위기를 몰아 전통놀이가 한창이다. 대왕 윷놀이, 호투 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등등 팀을 이루어 두 시간 반가량 민속놀이로 신나게 몸을 풀고 나면, 아직 쌀쌀한 봄바람이 따뜻한 공기로 변해있다. 또 한 쪽에서는 액막이 연 만들기와 바람개비 만들기 등등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수 있는 체험파트도 있어 모두가 흥겹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슬슬 해가 기울면 본격적으로 기원제를 위한 공연이 시작된다. 민요 및 가요 공연부터 퓨전 국악공연까지, 기원제를 향한 마음을 음악이 먼저 축하한다.
 
음악공연이 끝나면 기원제와 달집태우기가 시작되는데, 곧 불이 붙여질 달집에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매달린다. 미리 도착하여 세워진 달집에 매달아 놓기도 하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손들은 기원제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매단다. 무엇을 빌까? 부모는 자녀를 위해, 자녀는 부모를 위해, 연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취직을 위해,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필요한 한 해 소원을 빌 것이다. 기원제가 끝나고 달집에 불이 붙여지면,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붉은 불빛이 화려하게 타오른다. 두 손 모아 매달았던 소원을 생각하며 달집에서 전해오는 온기를 쬐고 있는 풍경이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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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최고은 취재기자

발행2017년 02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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