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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넝쿨이 굴러가고 있다. 머잖아 동그만 호박덩이들이 열릴 상상에 벌써 즐겁다.
몸을 구부려 바다로 나아간 이가 누구일까. 흐린 하늘 아래, 잔뜩 흐려진 길 하나가 구부러져 있다.
소원의 그늘 아래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바라옵 건대 이 마음만은 하늘에 닿기를.
햇살이 차고 넘쳐 온몸 위로 곱게 부서지고 있다. 내 뒷모습도 나목들과 같을까.
까만 음표를 따라 눈동자가 움직인다. 한 음표를 지날 때마다 지휘자의 손이 아주 약간 흔들리는 것 같다.
미끄러져 내려갈까, 솟구쳐 올라올까. 틈새에서 만났음에도 막막한 마음.
제일 가까운 돌다리가 어디쯤 있는지 가늠하듯 정작 헤엄칠 수 있는 다릴 가졌음에도 깃털이 젖는 것을 두려워하듯.
들쑥날쑥 솟은 비석은 마치 땅 위에서 자란 것 마냥 세월이 지나면 더욱 자라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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