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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길만을 생각해서는 얻을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 걸음이 구부러지니, 더디게 나아가게 된다.
기나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어우러진 두 개의 모양. 기원을 따지지 않고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여유.
하늘과 땅 사이, 거대한 석탑을 제외한 풍경이 가득히 비워졌다. 빈 자리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잠시 서성여 본다.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녹음이 짙은 강이 흐르고 있어 코끝을 찌르는 물 냄새에 절로 시선이 산으로 향하네.
멈춘 채로 달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굳어진 몸뚱이 대신 상상으로, 마른 하늘을 내달리는 상상.
언젠가, 어디에선가 나는 이 풍경을 보았다.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그래도 여전히. 걷고 있을까.
산과 하늘에 안긴 대웅전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안고 안긴, 그 틈새로 파고들어 본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싱그러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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