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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를 위한 배려인가. 조금씩 젖어드는 꽃잎이 애를 태우네.
고개만 돌리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시선이 닿지 않는 이유는 이미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손길 닿은 곳곳이 정성으로 반짝인다.
커다란 북의 중앙이 유독 색이 바랬다. 소리가 나는 너를 상상하기도 힘이 든데, 너는 소리의 흔적을 갖고 있구나.
주위를 감싼 소나무가 시야를 가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것 자체가 풍경인데도.
멈춘 채로 달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굳어진 몸뚱이 대신 상상으로, 마른 하늘을 내달리는 상상.
열릴 일 없이 닫힌 것들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몇 번의 다짐을 눌러 담아 잠갔을지.
누군가에게는 기록이고 기념인 것이 너에게는 상처밖에 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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