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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하얗고 붉은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다. 등대가 등대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다.
그늘 아래 웅크린 또 하나의 그늘. 주변을 메운 솔향에 속내까지 시원하게 비친다.
낡은 세월의 위에 먼지 같은 음표들이 쌓여 있다. 소실된 건반 틈새에서 들어본 적 없는 시간의 소리가 흐른다.
피안화가 곱게 핀 언덕에서 상상하는 것이 다를 수가 있을까. 속세인듯 아닌듯, 연약한 빛깔들이 눈에 박힌다.
조각이기 전에 종의 형태를 한 무엇. 울리면 소리가 날까, 궁금하던 차에 귓가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바다마저 잠재운 곧은 마음을 만나러 가는 길. 서툰 짐작에 대한 염려에 걸음이 느려진다.
걸음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걸음을 이끄는 재치. 못 이기는 체 다가서는 발걸음이 즐겁다.
글자를 새겨 세워두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무궁한 역사의 풍랑에 지워질 글자들은 누가 기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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