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
- 경상남도 양산시 -
똑같은 이야기라도 햇빛에 말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말리면 전설이 된다고 했습니다. 삼국사기가 전자에 가깝다면 삼국유사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우리나라 유명 사찰의 창건 설화가 가득합니다. 그런 삼국유사의 전통을 계승한 경남 양산 하북면의 통도사는 딱 부러진 설명은 없지만 금강계단이 있던 연못터에 얽힌 설화붙터 명부전의 토끼 설화 벽화까지, 불교신앙과 민속신앙, 풍수사상이 두루 펼쳐진 궁극에는 하늘, 자연, 인간의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그리하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통도사에 숨겨진 천년설화를 찾아라!
통도사는 오리, 닭, 봉황, 독수리 용, 개구리 등 동물에 얽힌 전설이 많다. 대웅전 앞의 용꼬리 조각물의 비밀을 파헤쳐라.
“이 조각물은 통도사의 창건설화와 관련된 장식물이로구나. 사찰 곳곳에 걸려있는 용모양 장식을 보더라도 알 수 있겠어.”
“사찰의 법당이 하나의 반야용선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반야용선은 해탈을 통해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타고 가는 용모양의 배를 의미한다지? 어떤 모양이기에 그럴까?”
통도사는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도 깊다. 이중 일제강점기 통도사 부흥을 일으킨 스님이 아홉 개의 강을 건너왔다는 뜻을 지닌 구하(九河) 스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구하 스님의 제자인 경봉 선사가 가왕 조용필을 만나 “가수면 꾀꼬리로구나? 꾀꼬리를 잡아와라”라는 선문답을 남겼대.“
“나도 들어본 적 있어! 이 화두가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를 낳게 했다지?” “통도사의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을 더 찾을 수 있을까?”
국내 주요 사찰은 연못이나 늪지대에 지어져 물을 다스리는 용과 밀접하게 연결되듯 이곳 금강계단 자리도 바로 그러하다. 이 연못터에는 어떤 설화가 있을까?
“이곳에 원래 아홉 마리 용이 사는 연못이 있었는데 자장율사가 이를 쫓아내고 한 마리만 남겨 뒀다는 설화, 들어본 적 있니?”
“그럼, 승려들이 이 금강계단 아래를 통해야 득도할 수 있다다는 뜻을 되새기게 하기 위해서 이 사찰을 통도사라 한 걸까?”
금강계단의 ‘계단’은 사람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아닌 불사리를 모시고 수계의을 행하는 단을, ‘금강’은 일체의 것을 깨뜨릴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것을 말한다. 어떤 깨달음일까?
“불교에서는 금강과 같은 반야의 지혜로 모든 번뇌를 물리칠 것을 강조하지. 통도사의 핵심인 금강계단 내 불사리탑도 그러한 자장율사의 뜻과 깊은 관령이 있어.”
“통도사가 불보사찰이라는 칭호를 얻은 이유도 이 불사리탑이 생겨난 과정을 듣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데, 혹시 알고 있니?”
‘용화전’ 벽화 7점은 막연히 불교 인연설화 정도로 해석됐으나 최근 그 의미를 두고 새로이 해석되면서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음… 이 벽화들을 봐 조선시대 사찰 벽화에는 고사 인물이나 ‘삼국지연의’와 같은 소설류에 등장하는 소재처럼 연인들을 다루고 있는 듯해. 일단 가장 흔하니까.”
“처음에는 그랬지. 글씨가 희미해 과거에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정밀조사를 통해 보니 이는 정말 센세이션이었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토리가 발견됐거든!”
통도사는 거찰답게 산중에 19개의 암자를 품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암자인 자장암에는 ‘금와보살’ 설화가 전해진다. 아직도 암자 구멍 안에는 금개구리가 살고 있을까?
“자장암은 차분하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구나.” “‘금와보살’ 설화를 듣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는 이도 있지 않을까?”
“암자 주위를 떠나지 않는 금개구리 이야기 말이지?” “자장율사가 암벽에 뚫어놓은 구멍 안을 보면 아직도 금개구리가 있을까?”
코끼리와 호랑이 조각상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불이문’을 찾아보자. 이 동물들에서 현실과 이상, 선과 악, 진리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중로전, 대광명전, 용화전, 관음전의 세 전각이 하나의 중심축에 일렬로 배치돼 있구나. 보봐! 저게 바로 불이문이야!”
“그런데 좀 이상하지? 코끼리는 보현보살을, 호랑이는 문수보살을 상징한다고 했어. 원래 문수보살은 사자와 짝인데, 호랑이로 조각이 된 이유는 뭘까?”
통도사 입구에서 1km에 이르는 소나무숲 또한 이 절의 자랑거리. 둘레가 한 아름 되는 수백 년 된 적송이 그늘 터널을 이루고 있다. 천천히 명상하면서 걸어보는 건 어떨까?
“울창한 소나무 숲을 보면 불교의 총림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 스님들이 수풀처럼 얽혀 정진하는 도량처럼 기개 넘치지만 단아하잖아!”
“이 소나무들, 임진왜란 때 왜적의 피해를 입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숲 가운데 하나라지?”
어떤 이들은 양산이 영축산 통도사 빼면 볼 것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물론 통도사는 참으로 좋은 사찰이고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양산에서 통도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깁니다. 그럼에도 통도사에 들르면 얼마나 많은 볼거리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이야기로 가득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소나무 사이로 한밤중 휘영청 빛나는 달을 바라보거나 새벽안개 속을 헤매면 어디에선가 문득 문수보살을 친견할 것만 같습니다. 이번 주말 천년설화가 가득한 통도사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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