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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어제의 잔상만 남아있다. 어디선가 불어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네 위에서 삐걱댄다.
잠깐만,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조금만 더 머물러 줘요. 고운 빛깔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건다.
해가 닿지 않는 그늘에 앉아 넓디 넓은 운동장을 바라본다. 수많은 흔적 위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가 아득해질 때까지.
돌계단을 딛고 올라 주위를 휘 돌아본다. 단지 그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저 독이 채워질 때가 있었을까. 물방울과 공기가 담겨 더욱 고즈넉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수한 낱말들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빛깔만큼이나 설레 보이는 출발선 앞, 두근, 두근.
가파른 절벽에도 생명을 틔우고 사는 것들이 있다. 수평선을 향한 그리움과 닿을 수 없는 구름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이 있다.
오랫동안 함께 있어 닮게 된 것일까. 숲과 같은 빛깔로, 숲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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