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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경사인데도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시선에 균열이 가자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먼 곳이 내다보이지 않는다 하여 좌절할 필요가 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나를 감싸고 있다.
눈이 부신 것이 단지 빛깔 때문이랴. 숨을 죽여 다가 서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가지런히 모은 두 개의 손에 물방울이 맺혔다.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한 것들의 만남.
3.8선, 그리고 휴게소.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의 묘한 조합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위가 만들어내는 이곳의 고요함은 저마다의 무늬를 지니고 서서히 침식해 간다.
빛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지만 그것이 진즉 빛인지는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진짜 빛을 잃어버린 것처럼.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오르려함은 닫힌 문 너머에 있을 무언가 때문. 저 문이 열리는 날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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