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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너머로 보이는 것은 섬인가 아니면 건너편 육지의 산인가. 점점 아래로 파묻히는 모래 위에서 멍하니 봉우리를 응시한다.
소나무 사이로 줄줄이 들어선 비석의 글자를 보려면 거리를 좁혀 허리를 숙일 것.
소담스레 피어난 풍경들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 웃음을 새긴 벽 앞에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돌로 쌓인 다리를 건너다 문득 아래를 내려보았더니 어찌어찌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떤 돌도 다리도 막을 수 없다는 듯.
하얀 길 위에 붉은 낙엽 하나 묻어있지 않아. 벌써 누군가 다녀간 걸까.
고인 물은 가끔 수면 아래의 세상을 보여준다. 더욱 푸르러진 빛깔들로 가득 찬 고즈넉한 세상을.
갈대가 휘어질 때마다 하얀 날개가 돌아간다. 어느 쪽으로 휘어지든 날개는 돌아간다.
한 걸음씩 오르는 가을 길. 바닥에 뒹구는 빛깔들과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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