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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모습을 감추고 초승달 하나 내걸렸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매한가지건만 어째 밝지가 않구나.
거대한 바다가 수면 위로 넘실댄다. 섣부른 걸음으로 다가설 수 없는 기록들.
바다에도, 하늘에도 섬이 떠 있다. 섬에서 바라보면 이곳도 섬일까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채워지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리 아래 잠긴 의문의 구조물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마치 버려진 이를 위한 쉼터 같다.
사람이 모여 만든 자욱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가 있다. 결코 채울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허상이.
오가는 이를 막지 않으려는 마음일까, 머리 위의 담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본다.
그 이름마저 고요한 염원의 종. 울리지 않는 종신 아래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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