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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가득한 해인사와 가야산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합천군 가야산은 이전부터 영남의 명산으로 손꼽혀왔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산형은 천하의 으뜸이고 지덕은 해동 제일이다.' 라는 말로 가야산을 극찬했다. 가야산에서도 절경이 모여있다는 홍류동에서는 계곡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에 고운 최치원 선생이 귀가 먹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외에도 가야산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다 가져다 놓은듯한 만물상,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해인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홍류동 계곡 지나 당도한 곳, 발길 닿은 곳마다 이야기보따리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해인사의 가을 풍경

해인사 오르는 산길에는 마치 수문장처럼 우뚝우뚝한 나무가 있다. 이중 둥치만 남은 채 고사한 느티나무 한 그루는 해인사가 창건되었을 시절에 심어진 나무로 오래된 역사를 스스로 웅변하고 있다. 이 역사는 802년 가야사에서 참선에 정진하던 두 스님, 순응과 이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당나라에서 유학을 한 뒤 돌아온 두 승려는 가야산에 초당을 지어 기거하고 있었는데, 등창으로 고생하던 왕비를 기도로 낫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사찰을 지은 것이 지금의 해인사인 것. 이 이름은 그때 심어진 느티나무는 1200년가량 푸른 잎을 피우다가 1945년을 마지막으로 그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도 입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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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 큰스님이 입적하고 성철 큰스님이 기거하며 이름이 높아진 원당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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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생의 마지막 부분을 보냈던 홍제암의 모습.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해인사에 얽힌 이야기도 한 보따리.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70여 점의 국보와 보물이 보관되어 있어 이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가득하다. 이 절을 거쳐 간 승려는 셀 수 없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명당 대사와 성철 스님도 여기서 입적하셨으니 암자 하나에도 그 자취가 어려있는 셈. 법보사찰이라는 위명도 높지만 그 안에 서려 있는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우리 역사와 맥이 닿아있다. 2002년에 해인사에 세워진 김영환 장군 공덕비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전쟁 당시 낙오된 인민군을 소탕하기 위해 내려진 해인사 폭격명령을 거부한 그의 이야기를 보면 여러 보물을 지닌 해인사의 역사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상상하게 된다.

 

오를수록 보인다, 가야산의 팔색조 매력

바위가 하얗고 물이 맑아 단풍이 들면 물까지도 붉게 물든다는 홍류동의 가을.

가야산 하면 홍류동 계곡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야산에서 가장 볼만한 경치 중 대부분이 홍류동 계곡에 들어 있다니 관심도 쏠리기 마련. 거기에다 신과 갓만 남겨두고 홀연히 신선이 되었다는 고운 최치원의 전설까지 함께 하니 조선 8경에 홍류동 계곡이 든 것도 당연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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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경치를 보여주는 가야산은 운해를 보는 맛도 일품이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홍류동 계곡만으로 가야산 등산을 마치기에는 가야산이 오르는 재미가 무궁무진한 곳이라는 점이다. 매화산에서 가장 높은 산인 남산제일봉을 보는 뿌듯함,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계속 나타나는 만물상, 다소 높고 가파르지만 한번 오르고 난 뒤에는 의기양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등산로, 칠불봉과 상왕봉에서 서로를 조망하는 즐거움 등 다소 숙련도는 필요하지만 흥미로운 구간이 계속 나타나니 홍류동으로만 만족하기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
 
특히 만물상의 정상인 상아덤은 만물상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동시에 가야국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전설이 내려와 한층 여러모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치원이 서술한 <석이정전>에는 가야산의 여선인 정견모주가 노닐던 자리가 바로 상아덤이라고 한다. 천신인 이비가지와 산신 정견모주가 상아덤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 태어난 아들 둘이 하나는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시왕이 되고 다른 하나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이 되었다고 전한다. 높은 산이다 보니 매시 매각 날씨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 운무가 늘어질 때는 한층 신비롭게, 햇살이 맑을 때는 한층 장엄하게 보이는 만큼 갈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만물상은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다양한 이름이 붙은 바위들이 쟁쟁하게 늘어서 있다.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부처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진짜 같아 보이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되는 잘생긴 바위들이 있으니 바위 하나하나마다 그 이름을 대조해보는 것도 초행길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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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으로 물든 해인사와 가야산 풍경은 눈을 호강시켜주겠죠? 단풍의 볼거리와 더불어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더욱 즐거운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2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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