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양지 등 쇠고기를 새벽부터 서너 시간 푹 고아 육수를 우려내고 토란줄기, 콩나물, 무 등 갖은 야채와 선지를 듬뿍 넣고 은은한 불에 맛깔스레 끊여낸 경남 함안의 한우 국밥. 한번 맛본 사람은 꼭 다시 들를 수밖에 없는 이 맛에는 사람 냄새 진동하는 장구한 함안의 역사까지 담아내 한 그릇 싹 비우고 나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얼큰한 함안장터 국밥에는 펄펄끓는 육수에 국수와 잘 삶은 쇠고기 살점이 들어간다.
함안 오일 장터와 한우국밥
한우국밥촌은 북촌리 함안면사무소 뒤편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는 과거 함안시장이 섰던 자리다. 1960~1970년대 함안 오일장이 서면 동네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웃 진동에서 넘어온 이들로 떠들썩했던 함안면 북촌리 시골장터. 이곳은 지금 ‘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밥집이 별로 없다. 그래도 허름한 국밥집 몇 채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시골장터의 국밥집 같은 옛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한우국밥촌의 45여 년 장구한 역사를 이어온 식당들은 대구식당, 한성식당, 시장한우국밥 등이 있는데, 모두 멀리서도 이 넉넉한 손맛 한번 보겠다고 곧잘 찾는 곳이다. 지금이야 함안~창원 진동 방향으로 국도를 쭉 타고 오다 보면 언제든 들러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먼 길 봇짐 메고 온 상인들은 그날 벌이가 시원찮다면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도 바로 이곳 한우국밥 촌이다. 함안오일장은 곧 고깃국 먹는 날로 손꼽아 기다려왔을 텐데… 하긴, 배고픈 시절 장터에서 먹는 그 맛이 오죽 좋았을까.
농익은 시골장터 국밥 맛 그대로
노상 가마솥에서 쇠고깃국 펄펄 끓이던 옛 풍경 그대로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식당’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밥상을 펼쳐놓아 그 분위기를 더한다. 이름에서 대충 가늠해봄 직한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대구에서 시집온 여인이 차린 식당이란다. 이 집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쇠고기 국밥에 국수를 섞어서 준다. 한 숟가락에 속이 얼큰해지고 장터국밥의 제 맛이 난다. 큰 솥에 오래 끓인 탓인지 조금 짠 감도 없잖아 있지만 선지가 한 동강 들어차 있고, 쇠고기 살점은 대여섯 동강이 들어 있는데 선지는 싱싱하고 쇠고기는 잘 삶아져 농익은 맛이 난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가보면, 함안에는 큰 우시장이 있던 함안군 가야읍에 약 70년 전 국밥집이 들어섰었다. 그 집이 수십 년 세월을 이어왔지만 기어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은 ‘대구식당’이 함안 내 장터국밥 명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큼지막한 씀씀이에 또 한 번 반하다
한우 소고기국에 밥을 만 소 국밥, 국수를 만 소 국수, 밥과 국수를 같이 마는 소 짬뽕이 있다. 국밥에는 큼지막한 소고기와 선지 건더기가 예나 지금이나 풍성했다. 쇠고기국밥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별도메뉴인 불고기를 곁들이면 돼 허전할 걱정은 없다. 주문을 받자마자 석쇠에서 구워내는 돼지불고기의 불향이 식감을 자극한다. 옛날 장터의 넉넉한 손맛에 반한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뜨끈한 국물에 잘 삶아진 살코기가 들어간 한우국밥과 별도메뉴인 불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함암의 오일 장터의 맛을 찾아서 출발!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0년 09월 2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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