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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완월동


기계공업의 메카로 불렸던 창원시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 마련에 전력을 쏟고 있다. 창원국가산단을 중심으로 구조고도화를 통한 제조업의 첨단산업화와 함께 공업도시라는 명성에 상대적으로 잊혀졌던 문화, 관광자원을 통해 관광도시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완월동엔 ‘마산의 정신’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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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실, 김영준 열사 추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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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진원지 표지석

완월동 일대에는 한국전쟁이 끝나 직후 가로수로 벽오동이 심어졌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자동차가 늘어나고 거미줄같이 엉켜있는 완월동 일대 도로가 넓혀지면서 벽오동은 대부분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작년, 완월동 벽오동은 2그루만이 남게 됐다. 그마저도 혹이 생기고 내부가 썩어가는 등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잘려나갈 운명에 처해졌다. 

벽오동 2그루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 한 시민이 창원시 홈페이지에 벽오동과 관련된 글을 올리면서다. 그리고 이식을 위한 여러 고증과 이야기가 오간 끝에 올해 초 벽오동 2그루는 해운동 서항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등으로 잘려나간 나무들과는 달리 유독 완월동 벽오동엔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 이유는 바로 완월동 벽오동 나무가 부마민주항쟁 등 민중의 외침을 묵묵히 지켜봤던 목격자라는 점이었다. 

완월동은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신마산 등지에서 서성동으로 향하는 집결지이자 길목이었다. 1960년 3.15의거 역시 완월동을 거쳐 갔다. 항쟁의 역사를 품어 온 만큼 완월동엔 벽오동 가로수뿐만 아니라 민주화 유적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사에 있어 마산지역을 대표하는 항쟁은 3.15의거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독재를 넘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부르짖다 많은 이들이 희생됐다. 치열했던 항쟁의 현장에는 수많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산고등학교 정문 한켠엔  ‘김용실, 김영준 열사 추념비’가 있다. 

3.15의거 당시 마산고교 1학년이었던 김용실 열사는 무학초등학교 앞 시위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도립병원(현 마산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17세의 꽃다운 나이로 숨졌고, 같은 해 마산고교를 졸업했던 김영준 열사는 시청 앞에서 총상을 입고 역시 19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을 기리기 위한 추념비가 모교에 세워졌고, 매년 학생들과 함께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민중들에 의해 정권이 교체된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4.19혁명의 진원지 역시 완월동이다. 3.15의거 도중 행방불명됐던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4월 11일 중앙부두 앞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떠올랐고, 그의 시신은 도립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그의 주검을 보기위해 몰려든 시민들은 분노했고 시위를 일으켰다. 이후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4.19혁명이 발발하게 됐다. 이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11년 4.19혁명 50주년을 맞아 현 마산의료원 입구에 ‘4.19혁명의 진원지’ 표지석이 세워졌다.

 

항쟁의 정신 뒤엔 장 장군의 전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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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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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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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군 묘

완월동에서 있었던 항쟁의 계보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 마산지역은 왜구의 침략이 빈번했다. 특히 1372년 4월에 왜구가 350척의 배를 이끌고 합포를 침략했는데 당시 장 장군으로 불리던 사람이 의병을 일으켜 관군과 합세해 지금의 장군천에서 왜구를 격퇴시키고 전사했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다. 이에 1970년 4월 장군천 인근에 장 장군 묘비를 세우면서 이곳에 장군과 애마가 같이 묻혔다는 비문을 기록했다. 장 장군묘가 있는 지역 명도 장군동이라 지어졌다. 현재 장군동은 완월동에 속한 법정동의 하나다. 

장군동의 지맥인 무학산과 대곡산 능선의 봉우리에서 발원해 시가지를 통과해 마산합포구청을 지나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름이 장군천이다. 현재의 장군천은 분명 장 장군이 왜구에 맞서 싸웠을 때의 규모는 아니다. 대신에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장 장군 후예의 편안한 안식처로 변신했다. 이곳은 1968년 마산 지역 최초로 중류에 복개 상가를 건설한 것을 시작으로 1991년 해안도로 확장과 연계해 하천 하류도 복개했다가, 2013년부터 장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복개했던 것을 완전히 걷어내고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장 장군의 흔적을 찾아 장군천 지류를 거슬러 오르다보면 완월폭포가 나온다. 폭포는 무학산둘레길 학룡사위 등산로 입구에서 얼마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무학산과 대곡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면서 옛 마산의 3대 폭포(무학, 완월, 광려폭포) 중 하나로 불렸다고 한다. 1970~80년대에는 학생들의 단골 소풍장소이기도 했다. 지금은 유수량이 적어 폭포의 위용을 잃긴 했지만, 폭포 가는 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물이 많이 흘렀을 땐 여느 폭포 못지 않은 장관이었다’고 말한다. 

완월동엔 각종 교육기관은 물론 성당과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도 산재해 있다. 특히 성지여고 교내에는 경남지역 가톨릭 성당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산 성요셉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6.25전쟁, 그리고 격정의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마음의 안식처였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로마네스크식과 르네상스식을 절충한 성 요섭 성당은 1931년에 완공된 근대 건축물로 2000년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283호로 지정됐다.

 

성장통 겪은 완월동,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서항공원으로 이식된 벽오동 가로수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있어온 완월동은 근래 적지 않은 성장통을 앓았다.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었던 한일합섬과 마산자유무역지역이 활황을 이루던 시절 완월동은 인구가 2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근로자들의 자취방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쇠락하면서 근로자들은 새로운 삶을 찾아 완월동을 떠났고 낙후지역이라는 이름표가 붙기도 했다. 그새 인구도 1만 명으로 반이나 줄었다. 

작은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완월지구 새뜰마을사업이 선정되면서 부터다. 사업은 완월동 333번지 일원 222가구 약 1만 8800㎡에서 올해까지 진행된다. 이곳은 상당수 주택이 1960~1970년에 지어져 안전이나 위생 등이 열악하고 어르신이 많이 살고 있으며, 일부는 공동 화장실을 쓸 정도로 취약한 환경이었다. 사업에는 주민들이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참여했고, 이후 4년간 기반을 닦으며 안전마을이 조성되고 마을공동체가 운영되면서 도시재생의 개념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옛 마산의 중앙부로 무학산 산록에 위치한 완월동은 장 장군의 이야기와 근현대 우리나라의 항쟁사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근래에는 쇠락의 성장통도 겪었지만 작은 변화도 시작 됐다. 무엇보다 벽오동 가로수 2그루로 대표되는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이제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일만이 남았음은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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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간직한 완월동. 곳곳에 숨어 있는 과거를 되짚으며 거닐어보는건 어떨까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12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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