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 따라 고종의 흔적을 찾다 - 환구단과 중명전,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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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 따라 고종의 흔적을 찾다 - 환구단과 중명전


우리나라의 5대 조선 궁궐 중 한 곳인 덕수궁. 이곳은 조선왕조의 다른 어떤 왕보다도 고종과 관계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고종은 경운궁의 이름을 덕수궁으로 바꾸었고, 그 후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시기를 보내다 나라를 빼앗겼으며, 덕수궁에서 승하하였다. 이처럼 고종과 관계가 깊은 곳이기에, 덕수궁은 물론 덕수궁 밖의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고종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그 여행길을 안내한다. 

                    
                

‘황제’, 고종의 흔적 - 환구단

고층빌딩 사이, 황궁우가 쓸쓸히 환구단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덕수궁의 돌담 바깥쪽에서 고종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면 환구단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환구단은 ‘원구단’이라고도 하나, 환구단으로의 표기가 통일되었다.)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덕수궁과 대치하고 있는 환구단은 ‘대한제국의 발상지’라고도 불리는 곳. 주변의 고층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아름답기보다는 외로워 보이는 곳이다. 환구단의 분위기에 대한 사연이 궁금하다면 환구단에 얽힌 역사 이야기와 의의를 들어보아야 할 것.

환구단은 ‘천자(天子)’, 즉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쓰는 단을 이른다. 성리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던 조선의 왕실에서는 황제만이 하늘에 제례를 지낼 수 있다고 믿었기에 스스로를 황제라 칭한 고종이 우리나라 환구단의 첫 주인이 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제사란 제천의례, 곧 황제의 즉위식을 이르는 것이기도 하니 대한제국을 선포했을 때 하늘에 황제가 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구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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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단(壇)을 찾아볼 수 없기는 하나, 환구단의 곳곳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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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즉위 40년을 기념하는 석고, 그리고 삼문을 통해 바라본 황궁우의 모습.

그러나 현재 환구단 자리를 찾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삼문과 황궁우, 그리고 석고의 모습뿐이다. 제국으로써의 조선이 몰락한 뒤 일제가 환구단 자리에 호텔을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덕수궁은 알지만 환구단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단(壇)은 사라졌으나 황궁우는 여전히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 뒤에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덧붙여, 황궁우 옆에 자리한 세 개의 석고(石鼓, 돌북)는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니 이 또한 예사로이 보아 넘겨서는 안 되겠다. 

 

고종의 눈물이 어린 곳 - 중명전

환구단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시청 삼거리와 서울 광장을 거쳐 덕수궁의 돌담길을 따라 걸어 보자. 다음 목적지인 중명전은 덕수궁을 사이에 두고 환구단과 대치하고 있으니 어느 쪽 길을 택하든 돌담을 따라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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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명전은 을사늑약의 아픔이 어린 곳이자 국권 회복을 위한 노력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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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명전 내부에는 중명전에 얽힌 역사를 돌아볼수 있는 전시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군데군데 회색으로 덧칠되어 아픔을 더하는 붉은 벽돌건물인 중명전은 황제의 흔적을 찾아보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곳. 그리고 그렇기에 역사적 의미가 더욱 깊은 곳이기도 하다. 중명전은 도서관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후에는 접견소, 혹은 연회장의 기능을 하게 되기는 했으나 그 모습에서 좀처럼 ‘위엄’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매한가지. 본래 덕수궁 안에 자리하고 있는 건물이었으나, 도로가 난 이후로는 덕수궁에서 분리된 모양새로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중명전은 을사늑약이 체결되며 대한제국의 운명이 갈린 곳이라는 점에서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지만, 고종이 이곳에 머무르며 복권을 위해 투쟁하였다는 점, 헤이그 특사 파견이 이곳에서 결정되었다는 점 등에서는 나라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광명이 겹치는 전각’이라는 뜻을 가진 중명전의 이름과 중명전은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궁중 건물이기도 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을사늑약 이후 그 이름처럼, 최초의 의의처럼 아름답게 서 있을 수 없게 된 중명전은 그야말로 비운의 건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구단과 중명전은 덕수궁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매우 적은 곳들. 그러나 대한제국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던 고종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덕수궁보다도 이 환구단과 중명전을 찾아보아야 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덕수궁의 돌담 밖에서 외롭게 낡아가고만 있는 이 건물들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해 나가는 것이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후손들의 마땅한 태도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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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 비해 생소할 수밖에 없는 두 곳, 환구단과 중명전! 덕수궁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니 다음 덕수궁 방문 때에는 꼭 환구단과 중명전에 다녀가세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06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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