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옛 서울을 상기하다. 석파정,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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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옛 서울을 상기하다. 석파정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경복궁과 청와대 인근의 삼청동, 효자동 등의 동네와 함께 있다. 부암동은 2M 높이의 부침바위(부암 付岩)때문에 얻은 이름으로 조선 초기에는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속의 무릉도원 같다.”하여 무계동으로 칭한 후 무계정사라는 별서를 지어 기거하기도 했다. 궁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은 인왕산, 홍지천의 산수(山水) 덕에 한양의 사대부나 선비의 별서 등 고택과 풍류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바로 같은 인왕산 자락, 북악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석파정(石坡亭)이란 건물로 향해 본다. 

                    
                

조선시대 왕과 권세가의 정자

별서 전경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別墅)다. 원래 조선 철종 때 영의정을 지냈던 김흥근(金興根, 1796~1870)이 살던 집으로, 당시 이름은 삼계동정사(三溪洞精舍)였는데, 대원군이 이를 인수, 별서로 사용하게 된다. 평소 이 집을 탐낸 흥선대원군은 ​아들인 고종을 이곳에서 하루 묵게 하여 정자를 차지하였다. 그 뒤 대원군은 앞산이 바위산이라 정자 이름을 삼계정에서 석파정으로, 자신의 호도 '석파(石坡)'라 정했다. 이후 고종도 이곳을 행전이나 행궁, 즉 임시거처로도 사용하였다. 총 여덟 채 중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별채 등 세 채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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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 서울미술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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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3층을 나서면 바로 별서가 있다.

석파정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미술관을 거쳐야 한다. 서울미술관은 비스듬한 인왕산 자락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다. 그래서 본 건물 3층에서 석파정으로 연결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그리 높지 않은 위치임에도 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이어 북악산과 북한산의 연봉이 조망된다. 우리 선조는 집을 지을 때 '취경' 또는 '차경(借景)'이라 하여 자연경관까지 집 안으로 끌어들이곤 했는데,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자연스럽게 취경도 되고 차경도 가능하다.
대원군의 별서는 일반 사대부의 집이 아니라 궁궐 안의 건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궁궐(宮闕)이란 말은 건물을 뜻하는 궁(宮)과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인 궐(闕)을 합친 말인데, 석파정 주변은 웅장한 자연의 천연 담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에 흡사 궁궐의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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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서의 담장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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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으로 둘러쌓인 건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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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옆 보호수로 지정된 노송

옛 고택의 중후함뿐만아니라, 인왕산 자락이 만들어낸 석파정 일대의 숲도 일품이다. 낙랑장송과 온갖 활엽수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숲길이 이어지는데, 숲길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구름길', '물을 품은 길' 입구의 너럭바위에 새겨진 소수운렴암(巢水雲簾菴 : 구름 발 드리운 물 위의 암자)이란 말에서 나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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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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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너럭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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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겨진 글자 '三溪洞'(마을을 뜻하는 洞(동)은 물(水)을 같이(同) 사용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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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산책로

대원군이 주로 머물렀던 별당은 다른 곳에 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세검정에 있으며 석파정의 부속 사랑채로 추정된다. 대원군은 주로 이곳을 별장으로 애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개인 소유의 어느 식당 안에 있어 쉬 볼 수 없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석파정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이고 석파랑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3호다. 석파정의 별서는 대원군 사후에도 50년간 그의 후손들인 이희 · 이준 · 이우에 의해 관리되어 오다 6 · 25전쟁 후 천주교 주관의 콜롬비아 고아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주)석파문화원에서 소유, 관리하고 있다. 

 

과거·현대 예술의 공존. 서울미술관

서울미술관 야외 미술관. 북악산 조망

석파정 별서가 과거의 예술품이라면 서울미술관은 현대의 예술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마침 기획전시를 진행 중이었는데, 2017년 9월 25일 ~ 2018년 3월 4일까지 국내외 작가 10팀이 참여하는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이 전시 중이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에 기반을 두고 사랑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여러 감정을 미술 작품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감성전시라는 미술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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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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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

2018년 2월 7일까지 열리는 <소화(小話) ; 짤막한 이야기>는 3인의 작가가 만든 것으로,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장면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그외 미술관 1층부터 3층까지의 각 전시실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바깥 나들이를 하기 힘든 한겨울, 실내 데이트 장소로 선택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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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 서울미술관 인근에는 가볼 만한 곳이 수두룩해요. 이항복의 별서지로 추정되는 백석동천(백사실 계곡)이 같은 부암동에 있고, 세검정, 홍지문(탕춘대성), 윤동주문학관, 환기미술관 등 많은 명소가 지근 거리에 있답니다.

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양창현

발행2018년 10월 2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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