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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입은 자유공원, 한 마리 백조가 되어 날다


끈질기게 괴롭히던 추위가 가고, 어디선가 퍼져오는 봄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면, 비로소 사람들은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봄꽃은 봄을 전하는 ‘전령’인 셈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봄꽃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벚꽃은 봄꽃의 여왕으로 불린다. 아름다운 계절에 가득 만개해 자신의 미모를 뽐내다가 제 수명이 다해 낙화하는 그 순간까지도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추억을 선사하는 꽃이 바로 벚꽃인 것이다. 인천 도심에서도 아름다운 벚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중구의 자유공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

벚꽃을 감상하다 힘들면 쉬어갈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벤치가 있다.

자유공원은 지난 1888년 11월에 조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다. 초기에는 만국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57년 10월, 자유공원으로 개칭되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는 유구한 역사의 공원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와는 다르게 관리 부족으로 인해 시설이 노후화가 진행되어 도심의 흉물로 변모했던 흑역사도 있었다. 이후 2010년부터 인천 중구청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공원 전체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인천 시민의 쉼터, 그리고 벚꽃의 성지로 환골탈태했다.

인천광역시 중구 송학동에 위치한 자유공원은 등산하기 좋은 산인 응봉산에 터를 잡고 있다. 공원을 조성할 당시, 응봉산 일대를 개척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오르막 경사가 다소 심한 경향이 있다. 가벼운 등산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올라갈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자유공원 주변으로는 허름한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흔히 말하는 ‘달동네’다. 오래되고 낙후된 건물일지 모르지만,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운 우리네 삶과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 자유공원을 걷다 보면 시시때때로 아기자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벚꽃을 구경하며 올라가다가 한 번씩 뒤돌아서서 인천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 중 하나다.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자유공원을 올라가는 길이 힘들고 지루한 길이 아닌, 행복하고 즐거운 길로 만들어준다.

 

아름다운 벚꽃길, ‘봄바람 휘날리며~’

  • 산책길 좌우에 늘어선 벚꽃이 황홀한 광경을 선사한다.

산책길 좌우에 늘어선 벚꽃이 황홀한 광경을 선사한다.

자유공원 입구에 도착하면, 황홀한 벚꽃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아름다운 벚꽃길은 자유공원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맥아더 동상까지 이어진다. 봄이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청초하고 아름다운 벚꽃들이 자유공원의 산책로를 하얗게 물들인다. 이 벚꽃길이 얼마나 황홀한지 걷다 보면 마치 구름 속을 거니는 신선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벚꽃에 정신이 팔려 하염없이 걷다 보면 슬슬 출출해지게 마련이다. 벚꽃 구경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벚꽃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먹거리다. 자유공원 산책로 중간 부분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판매되고 있다. 인천 중구에 소속된 각 동 주민들이 손수 준비한 떡볶이, 순대, 번데기 등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는 것도 자유공원 벚꽃 나들이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 벚꽃 산책로와 이어진 제물포 구락부는 외국인들의 친선도모용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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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공원 정상의 나무 데크. 난간에 다가서면 인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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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산책로와 이어진 제물포 구락부는 외국인들의 친선 도모용 '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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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원 정상의 나무 데크. 난간에 다가서면 인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벚꽃놀이를 즐기며 걷다 보면 어느새 자유공원 정상에 도달한다. 자유공원의 정상부에는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맥아더 장군의 동상과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등의 조형물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아름다운 벚꽃 구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정상부에서 내려다보는 인천 시가지와 앞바다는 자유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정상에서 만난 이 광경은 자유공원 벚꽃여행의 정점을 찍는 풍광이라고 할 수 있다.

 

‘팔색조’ 자유공원, 화려한 밤의 화신으로~

낮에 만난 자유공원 벚꽃길이 청순하고 고고한 자태로 내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다면, 밤에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시민들을 유혹한다. 벚꽃나무 밑으로 설치된 조명들이 하얀색 벚꽃 도화지에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으로 색을 덧입힌다. 빛의 옷을 입은 벚꽃나무들이 저마다 무지개색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낮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벚꽃나무가 바람에 꽃잎을 실어 ‘벚꽃비’를 내려주는 은총을 베푼다면, 화려한 조명 빛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품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천 개항기에 조성되어 인천의 역사와 함께했던 자유공원.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인천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 오래된 허물을 벗고 벚꽃이라는 새 옷을 입은 자유공원은 더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 한 마리의 백조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인천 벚꽃 구경의 메카로 자리 잡은 자유공원. 아름다운 벚꽃을 벗 삼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걸으며 추억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겨 간다면 뭇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천국이란 곳은 여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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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지역 주재기자 박병인

발행2019년 04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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