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나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올 여름은 다 보낸 기분이다. 늘 그렇긴 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봄이 짧았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입맛을 잃은 지 오래라면, 이 기사에 주목해 보자. 여기 집 나간 입맛을 되찾아 줄만한 여름철 별미가 있다. 옛날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서해 갯바닥에 지천으로 나는 낙지 만큼 허기를 채우기에 적당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때마침 밀이 날 무렵이어서 사람들은 낙지와 함께 수제비를 넣어 끓여 먹곤 했는데, 제법 맛이 좋았다. 이후 밀이 날 무렵에 잡는 낙지를 '밀국낙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탱탱한 밀국낙지의 맛과 식감이 일품
낙지는 본래 가을이 제철이지만, '밀국낙지'는 그보다 이른 밀이 날 무렵 나는 낙지를 가리킨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낙지의 제철은 보통 가을이다. 하지만 밀이 날 무렵 초여름 오뉴월에 잡히는 낙지는 ‘밀국낙지’라 부르면서 별미로 친다. 태안에서 서식하는 10cm 안팎의 어린 밀국낙지는 맛이 은은하면서 육질이 연해서, 통째 조리해 먹는 음식들이 발달했다. 태안의 밀국낙지는 조선시대 낙향한 선비들이 즐겨 먹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유래가 깊다. 자산어보에 “살이 희고 맛이 달고 좋으며, 화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적당하다.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북돋는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 안에서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설명했다.
태안 명물 밀국낙지의 맛을 잘 살린 음식이 밀국낙지탕인데, 흔히들 ‘박속낙지탕’이라 부른다. 보통 낙지가 들어간 국물요리를 말하는 ‘연포탕’과 차이가 있다. 무 대신에 나박하게 선 박속에다 파와 고추를 썰어 넣고(바지락을 넣기도 한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산낙지를 넣어 익힌다. 이때 낙지를 살짝만 끓이는 것이 맛의 관건이다. 데치듯이 살짝 익힌 낙지는 똑똑 끊어지는 듯한 독특한 식감이 나는데 쫄깃함과 조화를 이루면서 풍미를 더한다. 지나치게 익히면 육질이 질겨져 밀국낙지의 풍미를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데친 낙지는 보통 양념장을 찍어 먹지만, 통째로 입안에 넣으면 특유의 단맛이 퍼진다.
박속에서 우러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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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에 잡히는 밀국낙지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2
밀국낙지탕은 박속낙지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남해안의 낙지잡이가 주로 낚시(낙지주낙)로 이뤄진다면,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에서는 갯벌을 파서 직접 잡는 경우가 많다. 낙지는 보통 펄에 ‘부럿’이라 불리는 구멍을 뚫어 놓는데, 이것을 손이나 삽, 호미로 헤집어서 잡는다. 낙지는 숨구멍인 부럿 주변에 위장을 위해서 여러개의 구멍을 연결해서 파 놓는데 엉뚱한 구멍을 건드리면 다른 쪽으로 귀신같이 숨어버린다. 그래서 맨손낙지잡이는 의외로 기술을 요하고, 값도 비싸다. 낙지 구멍 주변에 적당하게 구덩이를 파고 물을 넣은 다음에, 낙지가 기어 나오면 잽싸게 낚아채는 것이 요령이다.
부재료인 박속은 담백한 국물에 시원한 맛을 더한다. 보통 탕 류의 국물은 오래 끓이면 짠맛이 세져서 먹기 나쁘지만, 박속 낙지 탕은 끓일수록 달달한 맛이 강해진다. 박속은 나박 썰기로 다듬어 말려서 나물로도 먹는데 역시 담백하고 아삭한 맛이 좋다. 박은 당질과 단백질, 식이섬유가 많으며 칼슘과 비타민류를 함유하고 있어 영양보충과 비만해결에 도움이 된다. 특히 수분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몸의 부기를 빼는 효과가 있고, 산후회복에도 좋은 음식재료이다. 낙지와 박속이 우러난 개운하고 담백한 국물에는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 먹을 것이 귀하던 옛날, 춘궁기 중요한 양식인 밀과 보리에다 같은 시기에 잡힌 낙지가 만나 탄생한 음식으로 짐작된다.
초여름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고 싶다면 충남 태안구의 박속밀국낙지탕을 만나보세요. 낙지와 박이 만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랍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신익환 취재기자
발행2019년 06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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