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현릉] 세종의 숨은 조력자, 문종,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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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현릉] 세종의 숨은 조력자, 문종


나라를 건국한 태조, 왕자의 난을 일으킨 태종,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 조선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정조 등 조선 역대 왕들의 업적과 일화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물 덕분에 다른 시대의 왕조와 비교해 상세하게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왕조 500년사 역대 27명의 왕 중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왕이 있다. 세종의 맏아들이었던 문종(文宗, 1414~1452년)이다. “태정태세 문단세⋯” 역사를 공부 할 때 맨 처음 암기하는 조선 왕들의 이름에서 문종은 쉽게 외워지는 인물이지만 훈민정음 반포, 천문학의 발전, 농업 진흥, 4군 6진 개척 등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긴 아버지 세종의 그늘에 가려져서일까? 문종에 대한 업적이나 일화를 역사교과서에서 접하기란 쉽지 않다. 동구릉의 경내에 위치한 문종의 무덤 현릉 역시 신경 써서 돌아보지 않는 한 쉽게 지나치고 만다.  

                    
                

30년 간 세자로 세종을 보필했던 효자 문종.

30년의 길었던 세자의 자리, 2년의 짧았던 왕위

세종의 맏아들로 태어난 문종은 세종이 즉위한 지 3년만인 1421년 7세에 세자로 책봉된다. 조선에서 ‘적장자승계원칙’에 따라 세자로 책봉되어 왕위를 물려받은 첫 번째 왕이 바로 문종이다. 1450년 왕위에 오를 때까지 문종은 약 30년간 세종을 충실하게 보필한다.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 한글창제의 기틀을 마련한 윤회 등 세종의 업적에 공을 세운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과 함께 문종 또한 세자의 자리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실록에 따르면 문종은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성품이 너그러웠으며, 어질고 말수가 적으며 공손하고, 검소하였다고 한다. 특히, 성리학에 깊이 몰두하여 연구하였으며 여색과 놀이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문학에도 밝아 세종은 일기예보관 대신 문종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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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여 있는 현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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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만이 가득한 현릉.

문종은 재위 말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극도로 몸이 약해진 세종을 대신해 섭정(攝政)을 시작한다. 오랜 기간 세자의 자리에서 세종을 충실히 보필했던 문종은 섭정하는 동안에도 탄탄한 국정운영능력을 보인다. 특히, 세종과 문종 대에 걸쳐 개발된 ‘조선판 로켓’ 신기전은 조선의 방위를 책임지는 중요한 업적이었다. 또한 진법(陣法)을 편찬하는 등 군정(軍政)에도 관심이 많아 즉위 후에는 스스로 군제의 개혁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등 문종은 세종의 옆에서 오랜 기간 습득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아버지의 대업을 이어가려 했다. 문종은 벼슬이 낮은 신하의 말일지라도 항상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졌는데 6품 이상의 관리들에게 모두 윤대(輪對, 문무 관원이 임금을 알현하고 직무에 대해 질문하거나 정사의 득실을 아뢰는 일)를 허락하여 군신(君臣) 간 의사소통이 활발하도록 하였다. 현대사회의 정치에 있어 가장 키워드로 꼽히는 ‘소통’을 문종은 이미 실현한 것이다.  

그러나 세종으로부터 명석한 두뇌와 함께 물려받은 병약한 몸은 문종을 왕위에서 너무 일찍 내려오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꿈꿨던 문종은 즉위 2년여 만에 병사하고 만다. 문종의 이른 죽음은 아들 단종의 비극적 운명으로 이어져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느 누가 말했는지 몰라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은 문종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올 것 같다. 

 

[트래블아이 왕릉 체크포인트]
동구릉 경내에 위치한 현릉(顯陵)은 문종과 그의 부인이자 단종의 친어머니인 현덕왕후가 잠들어있다. 능의 형태는 왕과 왕비의 능이 각각 다른 언덕 위에 조영된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 형태이다. 정자각 중심으로 좌측이 왕릉, 우측이 왕비의 능이다. 

문종은 30여 년 동안 세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3명의 부인을 두었는데 이 3명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예사롭지 않다. 첫 번째 부인은 성격이 드세고 질투심이 강했던 것에 반해 문종은 정반대의 성품을 지녀 서로 상극이었다고 한다. 문종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녀는 문종이 총애한다고 보이는 궁녀들의 신발을 잘라서 몸에 지니거나 교배하는 뱀의 정액을 닦은 수건을 몸에 지니는 등 세자빈답지 못한 행동을 하다 폐위당하고 만다. 두 번째 부인 역시 문종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후궁과 사랑에 빠져 폐위당하고 만다. 세자빈과 후궁이 동성애에 빠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부인이 바로 단종을 낳은 현덕왕후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인이 외부에서 간택을 통해 세자빈이 된 것과 달리 현덕왕후는 후궁의 신분에서 세자빈이 되었다. 그러나 현덕왕후 역시 단종을 낳고 3일 만에 24세의 나이로 문종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문종은 현덕왕후를 잊지 못했는지 즉위한 후에도 부인을 맞이하지 않고 홀로 지낸다. 결국, 무덤 속에서나마 문종과 현덕왕후는 나란히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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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만큼이나 백성을 생각했던 왕으로 알려져 있는 문종. 그가 좀 더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7월 1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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