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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와인도 숙성이 필요해- 청도 와인터널


성숙과 숙성의 차이란 무엇일까? 똑같은 한자 두 개를 앞뒤 순서만 바꿔놨더니 한 단어는 사람의 됨됨이나 발육에 대한 단어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식품에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려면 일정한 조건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두 개념이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청도의 명물인 와인터널은 꿈과 와인이라는 요소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숙과 숙성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일제시대의 아픔 새겨진 터널, 새로운 꿈의 보금자리 되다

와인은 보통 포도주를 지칭하는 영단어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사전적인 의미의 와인은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주류를 뜻한다. 복분자나 사과로 만든 발효주도 와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다만 만드는 방식은 좀 까다롭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와인 숙성이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장소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갖춰져야 한다. 사용하는 과실의 종류, 그해 과실의 상태에 따라서 이 조건은 제각기 달라지고 이를 어떻게 맞추는가가 그 해의 와인 품질을 결정한다. 청도의 와인터널도 이런 와인숙성소가 한 고장의 명물이 된 경우다. 본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철도 터널로 버려져 있던 곳이 꿈이라는 스토리텔링과 반시 와인이라는 특산물이 더해져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 청도 반시중에서도 서리맞은 홍시만으로 만들어지는 아이스 와인의 모습.

    청도 반시중에서도 서리맞은 홍시만으로 만들어지는 아이스 와인의 모습.

실제 감을 와인으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과일은 발효되면서 두 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발효되면서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지만 이를 따듯한 온도에 두면 아세트산균이 산소와 에탄올에 반응해 식초가 만들어지는 것. 감은 이 식초발효 반응이 매우 빠른 편이라 와인으로 만들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그런 만큼 숙성고의 조건도 까다로웠던 것. 연중 온도가 13~15도에 습도가 70~80퍼센트로 일정했던 남성현의 폐터널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국의 자원을 침탈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터널이 어느새 특산물의 꿈을 영글게 하는 곳으로 변신한 것이다.

 

아늑한 조명 속 아기자기한 체험들

  • 와인병 구조물 뒤에는 일본의 터널 공사를 상기시키는 기차트랙과 감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와인병 구조물 뒤에는 일본의 터널 공사를 상기시키는 기차트랙과 감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청도 와인터널 앞으로 가면 본디 열차터널이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깔려 있는 레일이 보인다. 이 길을 걸어 감 조형물이 달린 입구를 지나면 수없이 많은 미니전구들이 빛나는 터널로 바로 진입하게 된다. 와인숙성소라는 것을 알리듯 와인병과 와인잔 모형이 갖춰진 포토스팟도 갖춰져 있다. 이를 지나쳐 더 들어가면 청도군의 특산물, 별미 등의 홍보존이 펼쳐진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수많은 와인병이 꽂혀있는 곳에 도착하면 바로 감와인을 마셔볼 수 있는 와인바에 도착한 것이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와인 한 잔을 즐기는 모습이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 2015년 5월 기준, 입장료 2000원을 내면 포토존을 비롯해 예술 전시, 와인 저장고 등을 탐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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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5월 기준, 입장료 2000원을 내면 포토존을 비롯해 예술 전시, 와인 저장고 등을 탐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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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포토존을 비롯해 예술 전시, 와인 저장고 등을 탐방할 수 있다.

이쯤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어 멈추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단체 체험을 신청했다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15인 이상의 단체가 방문할 때는 계절에 따라 3~4가지의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체험은 와인 시음체험이다. 와인바에서 한 잔 사마시는 것과 다른 게 뭐냐고? 유료 공간인 숙성고를 포함한 와인터널과 감 와인에 얽힌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더욱이 단체방문객에게는 소소하지만 기본 안주로 치즈와 크래커를 제공한다는 것도 장점. 주말에 찾아가면 항상 복작거리는 와인터널에서 미리 세팅된 자리에 기다림 없이 앉을 수 있어 편리하기까지 하다. 기념품으로 와인 한 병을 가져가고 싶다면? 병을 세척하고 미리 만들어진 와인까지 병에 넣어보는 와인 만들기 체험이 제격이다. 제각기 다른 사진 라벨까지 붙여서 들고 갈 수 있으니 나만의 기념품으로 딱이다. 그 외에도 숙성고, 가암갤러리, 포토존 등 개인이 볼 수 있는 유료 전시공간도 있으니 참고하자.
 
감으로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맞서서 꾸준한 연구 끝에 한 고장의 명물이 된 와인터널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숙성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 진행하는 꿈 그리기 체험을 봐도 그렇다. 와인병에 자신의 꿈을 묘사한 종이를 접어 넣고 숙성고에 넣어 놓는다는 단순한 체험이지만, 단순히 머리속 생각으로 끝나지 않는데 그 의미가 있는 것. 최적의 조건을 맞춘 와인터널 안에서 내일의 와인이 만들어지듯, 하루하루 변해가는 트래블피플의 마음 안에서도 꿈이 숙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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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터널은 9시 30분에 열어 평일에는 오후 7시, 주말에는 오후 8까지 입니다. 와인터널 입구에는 주차시설이 없고 지정된 주차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 미리 체크하세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5월 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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