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수원 화성 명물시장 모여라,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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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수원 화성 명물시장 모여라


[트래블투데이]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은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는 건축물로 밤낮 없이 내외국인 방문객을 맞이하는 수원의 대표 유적이다. 게다가 성곽의 남문인 ‘팔달문’을 감싸고 도는 로터리는 수원시의 주요 도로를 잇는 중심이라 하루 동안 그 주변을 지나치는 유동인구만 해도 상당하다. 수원 화성 일대는 또한 시장이 많기로도 유명해서 팔달문에서 반경 500m 내에 있는 전통시장을 세려면 두 손가락이 모두 필요하다. 여러모로 전통시장이 쇠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왁자지껄 한 데 모여 사는 이 시장들의 특별함이 궁금해졌다. 성곽 밖에서 만나는 명물시장 이모저모.

                    
                

팔달문에서 시작! 시장 찾아가요~

  • 수원시의 자랑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 인근에 여러 시장들이 모여있다.

앞서 말했듯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 화성 팔달문 주변에는 못골 종합시장,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 여러 시장이 모여 있고 약 5.7km 둘레의 성곽 주변에 위치한 시장을 모두 합치면 열 곳이 훌쩍 넘는다. 지도에서 살펴보면 작지 않은 시장들이 한 길 건너 마다 사이좋게 붙어있는 모양으로, 어떻게 이 많은 시장이 이웃하며 지낼 수 있는지 신기하다. 팔달문 근처 시장 각각의 특색을 살펴보자.
 

1. 왕이 만든 시장, 팔달문시장

팔달문시장은 이름처럼 팔달문 바로 지척에 위치하며 경기 남부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9대 시장 중 하나이다. 이곳이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수식을 가지게 된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화성을 축조한 조선 정조대왕의 스토리를 담은 것으로, 2011년 전통시장의 위축을 막기 위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이 바탕이 됐다. 수원은 전통시장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지역임에도 시내에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쇠락의 위기를 피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정조대왕과 시장 상인들, 즉 사람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시장은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놓았다. 여전히 팔달문시장은 명색이 수원의 상권을 책임지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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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가 머무르던 처소인 화성행궁 정문, 이곳에서 팔달문시장으로 벽화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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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세운 시장, 정조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팔달문시장의 입구.

팔달문시장은 화성 행궁 관광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벽화를 조성했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행차할 때 머물렀던 임시처소이자, 국내 행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궁궐로 수원 화성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다. 이야기가 있는 벽화길을 따라오다 보면 이내 팔달문시장 중심에 이른다. 바로 그 지점에 ‘불취무귀(不醉無歸)’라는 글귀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정조대왕 동상이 있다. 이는 ‘취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정조 대왕이 즐겨 썼던 말이다. 시장 입구에는 조선 시대 상인을 이르는 단어 유상(柳商)을 딴, ‘유상박물관’이 있어 각 점포와 상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팔달문시장에서 품질 좋은 농산물, 입맛을 돋우는 먹거리, 갖가지 생필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시장이면 응당 그래야 하므로. 하지만, 팔달문시장이 가진 강점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 이상이라는 것이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의 역사까지 돈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온 전통시장의 오랜 세월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다.

 

2. 삶의 재미를 아는 사람들, 못골종합시장

팔달문시장에서 동쪽으로 수원천을 건너면 대각선 방향에 있는 못골종합시장.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이곳은 ‘뭔가 좀 다른’ 시장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상인DJ 동아리가 진행하는 ‘못골 온에어’ 라디오 방송이 들리고 이 방송을 통해 유용한 쇼핑정보 및 상인회 경조사 등이 흘러나온다. 상인들이 만드는 동아리는 합창단, 밴드, 요리교실 등 각양각색. 장사하는 사람들이 즐겁기 때문일까? 못골종합시장에는 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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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종합시장 입구는 평범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유쾌한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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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회 동아리로 알려진 못골종합시장은 반찬, 만두, 족발 등 먹거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점포수 80여 개에 불과한 소규모 시장인 이곳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었다. 팔달문 주변의 대규모 시장들은 모두 굵직한 역사를 지닌 곳으로 그 규모와 더불어 많이 알려지기도 했기 때문. 그 사이에서 화성 성곽 근처에서 난전을 하던 아낙네들이 모여 시장을 이룬 못골종합시장은 내내 빛을 못 보다가 2003년 젊은 상인들이 시장 번영에 앞장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관공서의 지원을 유치했고 장사가 안 돼 시름에 잠겼던 상인들이 동아리를 결성해 스트레스를 풀도록 제안했다.

계획과 노력이 눈앞에 실현되면서 못골종합시장은 이제 작지만 어엿하고 특색 있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 상인들이 소속된 ‘불평합창단’은 주변 행사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초청받는 인사가 됐고 ‘못골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상인은 칼을 잡던 손으로 능숙하게 드럼스틱을 만진다. 무엇보다 시장 상인들은 행복하다고들 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역시도 기분이 좋다. 먹을거리 많기로 소문난 못골종합시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떡과 반찬거리, 족발이 맛좋기도 하지만, 시장이란 곧 물건을 사는 동시에 그 사람과 만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인들은 대를 이어 장사하는 집이 늘고 있다는 것에도 의미를 두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장도 활기를 찾게 됐다는 것. 역시 젊음을 입은 전통시장만큼 절묘한 조화가 또 있을까 싶다. 큰 시장들과 대형마트 사이에서 더욱 선전하는 못골종합시장을 기대해 본다.

 

3. 세월을 따라 지켜온 지동시장과 주변 명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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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동시장은 수원 화성을 연상케하는 입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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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시장의 명물인 순대볶음. 순대타운에는 곱창, 순대국밥을 먹기위해 찾는 사람도 제법 많다.
 

못골시장에서 수원천을 따라 북쪽으로 따라 올라가면 얼마 못가 나오는 지동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과거에는 보부상들이 활동했던 시장이다. 수원시 지동에 있어 지동시장이라 불리며 건어물, 정육, 수산물, 채소 등 식품으로 특화해 수원뿐만 아니라 용인 등 인근 지역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곳 역시 리모델링을 거쳐 보다 쾌적한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전통시장으로는 최초로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지동시장의 명물은 무엇보다 순대와 곱창가게 40여 군데가 모여 있는 ‘순대타운’이 있다. 또 순대타운은 화성을 찾는 이들이 식사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이 먹기 전부터 배부르다. 순대타운 각 점포들은 20년 이상 된 곳으로 모두 한 번쯤 TV에 소개된 적이 있을 만큼 맛 또한 뛰어나다. 순대국밥, 순대볶음, 곱창볶음이 주 메뉴. 순대타운 외에도 곳곳에는 좁은 공간에서 풍겨오는 노릇노릇한 전 냄새, 가지런하게 진열된 시장 도넛과 손만두도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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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시장과 지동시장 사이에 위치한 미나리광시장은 방앗간이 많아 고추골목이라 불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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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시장 북쪽에는 이미 유명세가 상당한 통닭골목이 있다. 여전히 옛날식으로 솥에 튀겨낸다.

지동시장과 못골종합시장 사이에 그 둘을 잇는 자그마한 시장이 또 있다. 그 이름도 특이한 ‘미나리광시장’이 그것으로 지금 시장 자리에 원래는 미나리 밭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시장으로서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서민들이 농축산물을 하나둘 팔기 시작하면서 60년 넘게 현재의 자리에서 도소매 장터를 유지해 왔다. 고추를 빻고 기름을 짜는 방앗간이 밀집해 있는 골목이 30년 전부터 이 시장을 지키는 터줏대감으로 자연히 고추골목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지동시장과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은 한 시장이라고 봐도 무관할 만큼 인접해 있어 한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세 곳을 모두 구경하게 된다.
 
지동시장 인근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곳 하나 더. 바로 수원통닭골목이다. 이곳엔 많게는 45년 전통의 통닭집부터 새로 장사를 시작한 가게까지 모두 11곳의 통닭집이 모여 있다. 근처의 수원 화성, 시장들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 골목의 통닭을 먹기 위해 찾아온다. 2014년에는 외국인만 7만 명이 찾았으며 총 130만 명의 관광객을 맞았다고 한다. 과연 어떤 통닭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같이 이곳 식당들은 ‘치킨’이라는 말 대신, 통닭으로 간판을 달았다. 그 차이는 역시 옛날시장 식으로 튀겨낸 닭.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따로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기름에 넣는다. 물론 요즘 많이 먹는 ‘후라이드 치킨’도 주문할 수 있다. 닭을 시키면 덤으로 나오는 닭똥집(근위)과 닭발튀김도 없으면 서운할 맛이다.

 

4. 한국의 멋이 있는 곳, 영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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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시장은 한복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팔달문 시장 옆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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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시장 한복 가게 모습. 우리 옷을 짓기 위해 찾는 발걸음들이 잦다.

여기 또 하나의 문화관광형시장이 있다. 앞서 소개한 팔달문시장 바로 옆 수원천 변에 있는 영동시장. 이곳은 대를 이어온 우리 옷, 한복 상가가 밀집한 시장이다. 그 특성을 살려 지금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내에는 ‘아트포라’라는 점포가 있다. 영동시장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연계해 디자인한 예술품을 판매하고 전시하는 장소다. 시장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영동시장은 한복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 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부모와 동행하는 경우도 많다. 대를 이어온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지닌 상인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정성을 다한다. 물건을 파는 시장인 동시에, 우리 전통 예술을 실현하는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수원 화성 인근에 이렇게 여러 시장이 있는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원 화성으로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시장 탐방을 빼놓지 말자. 시장 먹거리들은 가격과 맛은 물론이거니와 현대식으로 탈바꿈해 시장이라기엔 상당히 깔끔한 시설도 자랑한다. 또 이 시장들에는 하나같이 사람이 있다. 지동시장의 오래된 점포들, 못골종합시장의 상인동아리, 통닭을 튀기는 노하우, 영동시장의 장인정신 모두 그곳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풍경이고 문화인 것. 이제는 데이트 코스로도 다양한 전통시장을 즐기는 추세이니, 그중 수원의 다양한 시장들도 꼭 한 번 들러 수원 화성과 왁자지껄한 장터의 분위기를 함께 즐겨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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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만 보고 돌아가지 마세요! 수원 팔달문 근처 시장들은 이제 수원 여행의 필수코스. 먹거리 볼거리 모두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답니다.

트래블투데이 김혜진 취재기자

발행2020년 02월 0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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