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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예뻐도 하나하나 달라, 봄꽃 열전!


그야말로 한바탕 꽃 난리다. 빠르게는 2월 초, 시린 추위 속에 피기 시작해 땀 맺히는 초여름까지도 가는 봄꽃 열전. 꽃이라곤 일말의 관심도 없던 이조차 누가 시키지 않아도 꽃놀이를 나서는 시기, 둥실둥실 ‘봄 타는 마음'의 핑계 역시 꽃이다. 적어도 꽃이 질 때까지는 내버려 두자는 사회의 얼마 안 남은 낭만적, 암묵적 약속이 되겠다. 그러니 아직은 좀 더 즐겨볼 만한 계절. 그렇다면 여유롭고 흡족한 당신에게 불쑥 던지는 질문, 우리는 봄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늘 [트래블투데이]는 개성 만점, 봄을 대표하는 꽃들을 총망라해봤다.

                    
                

봄처럼 짧은 계절도 없다. 그나마도 앞뒤로 겨울과 여름에 잠식당해 점점 짧아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봄을 지키는 꽃들은 제 몸이 시린 온도에도 때를 맞춰 얼굴을 내보이고 겨울의 끝을 알린다. 봄은 한반도 남쪽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까닭에 제주의 경우 일찌감치 모든 봄꽃이 피지만, 이 분류는 전국의 평균 개화 시기를 기준으로 했음을 알린다.
 

2~3월: 부지런히 찾아오는 이른 꽃

먼저, 제주에서조차 가장 부지런하게 꽃을 피우는 것은 바로 수선화다. 늦가을부터 기다란 줄기를 길러 빠르면 12월부터 꽃을 피운다. 흰 꽃 안에 노란 꽃이 안겨있는 것처럼 보이는 생김새가 추운 땅을 뚫고 나온 새 생명임을 증명하듯 깜찍하다. 제주시 한림공원에서 매년 수선화 축제를 여는데, 30만 송이에 달하는 금잔옥대 수선화를 만날 수 있다.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Narsisism)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수선화(Narcissus:나르키수스)로 변한 나르시스의 전설에서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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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수선화. 제주 한림공원에서는 연초마다 꽃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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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 동백꽃이 남해의 푸른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 일찌감치 찾아오는 봄꽃은 바로 동백. 겨울 동(冬)을 써서 ‘겨울을 지낸 나무’라는 뜻을 지녔다. 붉은 꽃잎이 고혹적인 동백꽃은 푸른 남쪽 바다와 어울려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월부터 꽃놀이에 나서게 한다. 남쪽에서 동백군락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주로 섬에 많이 자라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동백 명소로 알려진 곳들은 여수 오동도, 거제 지심도, 부산 해운대 동백섬 등이다. 동백꽃은 가수 조용필이 노래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미자의 <동백꽃 아가씨> 때문인지 매혹적이고 애달픈 이미지로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는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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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고고함이 느껴지는 이른 봄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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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감이 아름다운 홍매화를 찾아 사진가들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기를 마다치 않는다.

드디어 은은한 봄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 등장한다. 봄꽃은 또한, 수많은 축제를 동반하는 주인공으로 본격적인 포문을 여는 것이 바로 3월의 매화 축제다. 광양, 원동, 해남 등지의 매화마을에 하얀 꽃 서리가 내려야 비로소 상춘객이 눈을 뜨나 보다. 예로부터 선비의 품격을 상징해온 지조와 절개의 꽃 매화는 역시 추위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로 유명하다.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백매화 외에도 홍매화가 유명한 양산 통도사, 삼색 매화가 피는 산청, 고등학교 교정 하나를 덮는 김해 건설공고의 와룡매가 대표적인 매화 명소이며 순천의 금둔사와 선암사, 부안 내소사 등 오래된 고찰에서도 고목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매화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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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꽃잎이 각각 뻗어있고 털이 난 산수유꽃. 사람이 사는 곳에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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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는 산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산수유보다 짧게 뭉쳐있는 모양과 알싸한 특유의 향을 가졌다.

이른 봄꽃의 마지막 주자는 앙증맞은 산수유 꽃. 산수유는 기력회복에 좋기로 소문난 빨간 열매로도 유명하지만, 그 꽃은 샛노란 빛깔을 지녔다. 펼친 손가락에 보송보송한 털이 난 모양을 하고 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산수유 군락이 있는 전남 구례, 경북 의성, 경기 이천의 마을들은 보통 3월이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꽃 개체가 크지는 않아도 인가에 가까이 자라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생김새가 생강나무 꽃과 닮아 혼동되기도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산수유는 긴 꽃잎이 각각 떨어져 있지만, 생강나무는 노란 꽃이 짧게 뭉쳐있는 모양에 알싸한 향을 지녔다. 봄꽃 중에는 이처럼 생김새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 몇 있는데, 이는 잠시 후 다시 알아보자.

 

3~4월: 따스함을 좋아하는 화사한 꽃

시원한 유채밭 장관이 전남 고흥의 선학동에 펼쳐졌다.

겉옷이 점점 얇아지는 달. 남아있는 꽃샘추위에 따라 오가는 개화 시기만 넘기면 비로소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다. 이때는 봄을 대표하는 꽃들인 유채꽃, 목련, 벚꽃, 개나리, 진달래의 무대. 제주의 유채꽃은 2월이면 시작되지만, 내륙은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핀다. 유채꽃은 무리 지어 피는 노랗고 작은 꽃으로 푸른 이파리와 섞여 연둣빛의 풍경으로 대표된다. 어여쁜 얼굴만큼 유채는 유용한 식물이며 꿀과 기름을 만드는 데 쓰이고 이맘때는 흔히 나물로 잎을 데쳐 먹는다. 제주에서는 유채꽃으로 화전도 지진다. 제주 서귀포의 유채꽃 재배단지는 워낙 알려져 있고 또 유채를 볼 수 있는 곳으로는 낙동강 인근으로 펼쳐진 평지,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과 창녕 낙동강 변 일대가 대표적이다. 두 지역 모두 한눈에 담아지지 않을 만큼 넓은 유채밭을 조성해 4월 초에는 대대적인 축제도 열린다. 고흥, 완도 등 남도에 고루 분포하며 강원 삼척 맹방 유채꽃 단지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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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지어 핀 유채밭에 익숙했다면, 한 번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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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앙증맞은 개나리, 진한 노란빛이 아름답다.

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란 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개나리다. 길게 뻗은 가지에 잎보다 앞서 꽃이 촘촘히 피어난다. 3월에 개화하는 꽃 중에는 가장 빠른 꽃으로, 개나리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통한다. 워낙 개체가 작은 꽃이라 한 송이로는 성에 차지 않지만, 그 군락은 꽤 볼만하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은 개나리로 뒤덮이는 곳으로 작은 뒷산이지만, 흔치 않은 개나리군락 덕분에 봄마다 북적인다.
 

여수 영취산 자락에 펼쳐진 진달래군락. 진달래는 봄 산행을 부추긴다.

이제는 정말 화사한 분홍빛이 나올 차례다. 진달래는 치맛자락처럼 여리여리한 꽃잎을 흔들며 봄 처녀의 마음을 녹이는 꽃이다. 참꽃, 두견화라는 별칭이 있으며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어여쁜 화전을 부치거나, 두견주라 불리는 술을 담그기도 한다. 해가 잘 드는 흙산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으로 여수 영취산, 창원 무학산, 창녕 화왕산이 꼽힌다. 그 외 제주 한라산, 대구 비슬산도 그 뒤를 잇고 수도권에서는 부천 진달래동산, 인천 강화 고려산이 알려져 있으며 진달래를 품은 이 산들은 꽃이 만개하는 봄마다 산행을 부추기는 축제를 연다.
 

속초 설악산국립공원 입구의 목우재 벚꽃길,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벚꽃은 3~4월, 아니 온 봄을 통틀어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아무리 봄꽃 개화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도 벚꽃이 피지 않으면 왠지 아직 봄이 덜 온 것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 그만큼 절정의 화사함을 보여주는 꽃이기 때문이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는 벚꽃길은 꽃놀이의 정석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벚나무가 있다는 진해의 군항제를 비롯해 온 도시에 꽃 피는 경주, 호수 변 꽃길이 장관인 강릉 경포대, 서울에서는 여의도 윤중로와 석촌호수 등이 유명하다. 복슬복슬한 ‘겹벚꽃’이 아름다운 순천 선암사, 나풀대는 ‘수양벚꽃’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순위를 따질 수 없는 수많은 벚꽃 명소들은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표 봄꽃의 위용은 찾는 이 많은 만큼 화답하는 꽃도 많기 때문인가 보다.

 

5~6월: 색도 모양도 정열적인 봄꽃

철쭉이 만개하는 합천 황매산 고원. 화사한 철쭉과 완연한 봄을 즐길 수 있다.

이제 5월로 들어서면 순식간에 후덥지근한 기운이 느껴질 것. 벌써 봄이 끝난 건가 싶어 가슴이 철렁할 테지만, 단지 봄의 정열적인 모습일 뿐 줄줄이 순서를 기다리는 봄꽃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안심해도 좋다. 4월 말부터 피는 철쭉도 느지막이 찾아오는 봄꽃으로 6월 초까지 빛을 밝힌다. 진달래와 비슷하지만, 우리가 쉬이 보는 철쭉은 그보다 좀 더 또렷한 모양에 색깔도 진하다. 산에 무리 지어 피는 산철쭉은 나무의 키가 크고 꽃 색깔은 연분홍에 가까운 편. 소백산, 지리산, 황매산 등 고원지대가 대표적인 철쭉군락으로 봄 축제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대부분의 철쭉 축제는 남쪽 지방과 강원도 등지에서 열리지만, 경기 군포시에도 9만 그루의 철쭉으로 조성된 철쭉동산이 있으니 멀리 갈 수 없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곡성세계장미축제는 다양한 장미를 만날 수 있는 오색 정원을 마련한다.

뜨거운 정열과 제대로 어울리는 꽃, 장미를 소개한다. 대체로 여름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5월부터 피기 시작해 곡성세계장미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용인 에버랜드 장미축제 등 대표축제들도 모두 5월에 열린다. 사철 불문하고 꽃집에서 볼 수 있으며 그만큼 늘 사랑받는 익숙한 꽃이다. 이렇게 꽃 축제에 가야 하는 이유는 넓은 정원 가득 핀 오색 장미만큼 낭만적인 풍경이 또 없기 때문. 수천만 송이가 넘는 장미로 꾸민 갖가지 테마 정원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색깔과 모양별로 제각각인 장미 종류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이젠 내 이름을 불러줘, 봄꽃 구별법!
 
2월부터 5월까지 봄을 수놓는 대표 봄꽃들을 훑어봤다. 얼추 그 종류와 생김새는 정리됐을 법한데, 이 중에 아무리 봐도 비슷해서 여전히 구분이 잘 안 되는 꽃들이 있다. 진달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철쭉, 벚꽃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매화인 경우가 그것이다. 앞서 말한 산수유와 생강나무 구별법처럼 이들도 어디가 다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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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 꽃의 모양도 철쭉보다 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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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은 파릇한 잎과 더불어 꽃을 피우며 꽃받침을 만졌을 때 끈적임이 있다.

꽤 많은 이들이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길거리에 분홍색 철쭉을 보며 ‘진달래가 예쁘다’고 칭찬을 해도, 꽃은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라고 말도 못하고 활짝 피어있을 뿐. 첫 번째 구별 항목은 개화 시기로 진달래는 3월부터, 철쭉은 진달래가 다 질 때쯤인 4월에야 꽃망울을 머금는다. 한 달 정도 차이를 두고 핀다. 그리고 가장 확연한 차이는 진달래는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철쭉은 잎이 모두 난 후에 꽃이 핀다는 것. 얇은 가지에 분홍색 꽃만 하늘하늘 달려있다면 진달래, 잎이 파릇파릇한 나무에 꽃망울을 달렸거나, 피기 시작한다면 철쭉이다. 이외에 꽃받침을 만졌을 때 끈적이면 철쭉, 아니면 진달래라고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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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꽃받침이 길고 꽃잎 끝에 얕은 홈이 파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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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피는 매화, 진한 향기도 특징이다.

다음은 벚꽃과 매화, 그리고 살구꽃도 있다. 특히 백매화는 색깔조차 벚꽃과 흡사해 구분이 쉽지 않은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매화와 살구꽃은 꽃자루가 짧아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피지만, 벚꽃은 꽃대가 나무로부터 길게 뻗어 나와 있다. 꽃잎도 벚꽃은 둥글면서 위쪽에 살짝 파인 홈이 있으나, 매화와 살구꽃은 매끈하게 둥글다. 꽃잎 크기도 벚꽃이 좀 더 크다. 또 진한 향기를 풍기는 매화에 비해 벚꽃 향은 약하다. 매화와 살구꽃은 거의 구별할 차이가 없는 편이지만 꽃잎과 꽃받침이 붙어있으면 매화,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으면 살구꽃이다. 이제 예쁘다는 말에도 제 이름을 붙여줄 수 있겠다.

다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이 밖에도 튤립, 목련, 할미꽃, 청보리 등 봄을 빛나게 하는 주역들은 많다.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렇지 버드나무, 참나무, 개암나무 등의 수목도 꽃을 피운다.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만큼 꽃 피는 계절이 바로 봄. 그래도 봄은 짧다고 서글프기보단 다시 찾아올 것을 기대하게 하고 한바탕 꽃 대궐로 힘차게 살아갈 기운을 주는 고마운 계절이다. 이제 매화는 매화, 진달래는 진달래라 부르며 봄을 맞자. 벚꽃 구경만 말고 이 꽃, 저 꽃 모두 찾아 팔도 봄놀이를 떠나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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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4년 03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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