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섬 하나에 얽힌 여러 사정과 사연들

당사도는 중국에서 바라볼때 임금 왕(王) 자와 닮았다 하여, 중국 황제의 명으로 구슬 옥(玉) 자의 점이 있는 부분, 즉 가운데 획에 해당하는 곳의 땅을 파서 절을 세웠는데 이런 연유로 당나라의 절이 있다고 해서 당사도(唐寺島)로 불렸다 한다. 그 이후 절이 없어지고 주민들에게 당사도는 자지도(者只島)로 불렸는데, 지금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당사도란 명칭보다는 기존의 자지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선거투표 방송에서 지지율을 발표하는 동안 아나운서가 도(島) 음절을 제외한 명칭으로 몇 번이나 호명한 탓에 주민들이 노발대발하여 80년대 들어서야 당사도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재미난 설도 있다.
 

당사도는 이름에 얽힌 사정 외 에도 또 다른 사연들이 있다. 남쪽 끝 자락에 위치한 당사도등대 앞 마당에 올라서면 기념비 두개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동학군이었던 농민들이 일본인 4명을 살해한 '항일전적비'이고, 또 하나는 일제가 살해된 일본인들을 추도하기 위해 세운 '조난기념비'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다른 성격의 비가 나란히 위치한다.

 

당사도의 흔한 전경이란?

당사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이른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내가 서 있고 이곳 섬의 깎아지른 절벽이 바다를 경계로 펼쳐진다.마을 뒷산의 남쪽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일제강점기 당시에 세워진 당사도등대로 가는 길이 있다. 이 등대의 경우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 길 양옆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등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 만큼 빽빽이 수놓아져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등대는 육지로부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날씨가 맑은 날이면 남해안 쪽으로 제주도가 보인다고 하는데, 당사도등대에서 본 해안절벽은 더 아슬아슬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갈매기도 이보단 낮게 날 것 같은 높은 절벽이 절경을 이루며 시선을 앗아간다.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촬영지

앞서 말한 것 처럼 당사도에는 이름과 얽힌 사연 말고도 여러가지가 참 많다. 섬에는 천주교 공소와 교회가 있는데, 원래 오래전 부터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미신에 너무 치우쳐 있어 짓게 되었고 교리의 전파도 많이 되었지만, 섬 주민들은 당숲이란 곳에서 매년 음력 9월 9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가 촬영된 것은 이런 복잡한 당사도의 사정과 연관이 있었을까.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으며 답답하리만치 무서운 현실과는 달리 고즈넉하고 조용한 섬에서의 일상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