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전 구절이다. 어릴 적엔 동네 지천으로 깔린 것이 들꽃이고 풀꽃이었다. 어른들 따라 이름을 외웠던 꽃이 적지 않은데 자라면서 거의 잊었다. 그래도 ‘계란꽃’만은 기억한다. 본래 이름은 ‘개망초’지만 하얀 꽃잎과 노란 수술이 달걀프라이를 한 모습과 쏙 빼닮아, 동네 친구들 열에 아홉은 계란꽃이라 불렀더란다. 볕이 따사로워지기 시작하면 어느 틈엔가 들녘과 밭둑을 차지하던 녀석들. 너무 흔해서 미처 좋아할 겨를도 없었던 들꽃과 들풀이 이따금 그립다.
도시는 잠시만 안녕
들에서 자라나는 꽃과 풀은 수수하지만 저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산업과 도시의 발달은 우리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가져다주었지만, 오래전 선인들의 삶 그 자체이기도 했던 자연 일부를 앗아갔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연 숲보다 빌딩 숲을 먼저 접하게 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동네 친구들과 흙을 만지고 놀던 기억도 이제는 옛사람의 전유물이 되어간다. 갈수록 세상이 흉흉해 쉽게 아이들을 밖에서 노닐게 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만한 공간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 그렇다 보니 농촌 체험, 어촌 체험 등 값을 치르고 자연을 ‘체험’하게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심에는 인공 숲과 공원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도심 속에서 푸른 녹지를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반길 만한 일이지만, 어딘가 인공적이라는 느낌은 쉽게 지울 수 없다. 정말 자연다운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방법은 오직 한 가지다. 바로 ‘진짜’ 자연으로 떠나는 방법이다. 전국 각지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기로 소문난 곳이 많다. 그중 어디로 떠날 것인가. 여기부터는 조금 고민이 된다. 때마침 누군가 ‘증평’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울릉군을 제외하면 가장 작은 군이란다.
들꽃과 들풀이 그리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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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구산 입구에 좌구산 일대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2
좌구산 '야생초화원'에서는 다양한 야생화와 야생초를 만날 수 있다.충청북도 괴산군과 청원군, 그리고 증평군에 걸쳐 산 하나가 우뚝 솟았다. 해발 657m의 좌구산이다.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앉아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좌구산(坐龜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니, 그 유래만 보아도 이 산에 가면 심신이 절로 건강해질 것만 같다. 충북의 작은 군, 증평에서는 이 좌구산 일대를 산림생태체험단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도 이곳에 있다.
증평군내에서 540번 국도를 타고 15분쯤 달리면 율리 삼거리가 나타난다. 율리 삼거리에서 다시 율리휴양로를 따라 10여 분쯤 달리면 좌구산 입구다. 청정 자연의 힘은 입구에서부터 느껴진다. 주위의 나무들이 기세 좋게 피톤치드를 내뿜기 때문. 바싹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는 기분이다. 앞만 보고 걷느라 하염없이 빨라졌던 걸음 속도도 걸음을 옮길수록 점차 늦춰진다.
300m쯤 걸었을까. 이번엔 ‘야생초화원’이라는 푯말이 세워진 야생화단지가 나타난다. 백두산 천지 같은 뛰어난 절경은 쉽게 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들꽃과 들풀은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 모습이 마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이제는 마음껏 자연을 만끽하라고 속삭이는 것도 같다. 이름 모를 들풀과 낯이 익은 들꽃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잠시 도시를 잊는다.
청정 자연이 여기에, ‘좌구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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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구산자연휴양림'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2
가공되지 않은 청정 자연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들꽃과 들풀의 향연은 인근에 있는 좌구산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진다. 야생화단지에서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더 오르면 금세 휴양림에 닿는다. 휴양림은 청정 자연 속에 몇 가지 편의시설을 갖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숲 곳곳에는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데, 은방울, 들국화, 금계국, 인동초, 제비꽃 등 집 이름도 야생에서 따온 것이 많다. 숙박도 가능하다고 하니, 여유가 있다면 하루쯤 머물고 와도 좋겠다. 모름지기 자연이 주는 위안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는 비할 수가 없는 법이다. 들꽃과 들풀이 주는 따뜻한 위안을 얻고 싶다면 증평으로 떠나보라.
‘야생’이라는 말을 들으면 거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본래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을 가리켜 ‘야생’이라 한답니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청정 자연이란 뜻이지요. 청정 자연이 주는 힘을 느끼고 싶다면, 충북 증평으로 떠나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엄은솔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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