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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의 3매 향기를 찾아서


3월이면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매화 향기가 봄바람을 맞아 싱숭생숭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매실을 지역의 주 토산물로 기르는 지방 곳곳에서는 이때쯤 만발하는 매화꽃의 장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매화마을을 뒤로하고 나 홀로 선비 마을에서 고고히 피어난 매화나무가 있으니 바로 경남 산청군의 3매- 원정매, 정당매, 남명매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 남사예담촌과 원정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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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과 돌담으로 유명한 남사예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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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씨 고택의 660살 원정매

남사예담촌이 한국의 아름다움 마을 1호인 이유는 역시 잘 보존된 고택들과 오랜 시간에 비해 자연스러움과 그 멋을 잘 유지하고 있는 돌담길, 그리고 수 백 년 수령의 거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생활하기 불편한 옛 한옥들이 개량한옥으로 변형되고 있는 요즘, 선비 정신이 강한 남사예술촌은 전통가옥을 보존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을 알았는지 2003년에는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되었고 2011년도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옛 담 마을’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남사예담촌은 많은 학자를 배출한 마을답게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에 마을의 모토를 두고 있다.
 
남사마을에서는 유난히 선비들이 많이 태어났다. 서당에서 공부한 많은 수가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과 마을을 빛낸 학문의 고장이기도 한 남사마을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마을이기도 하다. 학문의 뜻을 기리며 선비들이 심은 매화는 그 고고한 자태를 오랜 시간 기리며 오늘까지도 피어나고 있다.
 
이곳의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 원정매는 하씨 고택에서 660여 년을 보냈다. 원목은 그간의 시간에 밀려 고사하였지만 새로 돋은 가지에서 아직도 매화를 피워내니 그 생명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특이한 것은 하씨 고택엔 600년 된 감나무도 있으니 하씨 고택의 집터가 은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원정매 앞에는 작은 ‘매화 시비’가 있는데 나무 하나에도 시를 붙여 비석을 놓는 것을 보니 역시나 학문의 고장답다.

매화를 사랑한 남명 조식 선생의 남명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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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연구를 위해 세운 산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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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재의 뜰에 핀 남명매

조선 시대 남명 조식 선생이 벼슬과는 담을 쌓고 오직 학문연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지리산 자락에 산천재를 지었다. 선비의 청렴한 정신을 이어받아서일까? 산천재의 남명매는 유난히 하얀 백매화이다. 남명 조식은 지리산에 산천재를 짓고 살면서 매화를 심고 천왕봉을 바라보며 평생 학문에만 매달렸다. 매화 애호가인 남면 조식 선생의 이름을 따 그가 심은 매화를 남명매라고 불렀다. 매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지은 조식선생의 ‘매화’라는 시는 조식 선생의 매화 애착에 대한 마음을 잘 나타내 준다.
 
梅花(매화)
한 해가 저물어가니 홀로 지내기 어려운데
새벽부터 날 샐 때까지 눈까지 내렸구나
선비 집은 오래도록 외롭고 쓸쓸했는데
매화가 피어나니 다시 맑은 기운 솟아나네

 
외롭고 쓸쓸한 선비 집에 유일한 위로가 되어준 남명매는 그 자태가 선비를 닮았다고도 이야기한다.

 

탑동마을 단속사 옛 터의 정당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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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살로 추정되는 정당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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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줄기 중 3개는 죽고 1개의 가지에서 꽃이 핀다.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강화백이 심은 매화가 죽고 그 후손들이 이어서 옆에 심은 나무가 정당매라는 설과 강화백이 심은 두 그루의 매화나무 중 한그루는 죽고 나머지 살아남은 한그루가 정당매라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어떤 것이 진짜 설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전당매의 640년 나이는 두 번째 설에서 추측하고 있다. 정당매도 원정매처럼 원가지가 점점 수명을 다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원정매의 매화가 고사한 나무의 새 가지에서 꽃을 피운다면 정당매는 원줄기 4개의 가지 중 3개의 가지가 죽고 1개의 가지가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하나의 가지에서 새 가지가 나올지 이대로 4개의 가지로 수명을 다할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한 가지가 꽃을 피우는 동안 산청의 3매 향기는 선비 정신과 함께 산청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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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급제를 많이 배출한 학문의 마을에서 느껴보는 매화 향은 머리까지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트래블투데이 이경숙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1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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