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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먹던 떡, 낙원동 떡전골목에 시간은 흐르고


전국 어디를 가도 ‘낙원떡집’이라는 상호는 흔하다. 영어로는 파라다이스(paradise). 정말 아무 걱정 없는 낙원이라는 뜻일까를 어릴 적 여러 번 궁금해했다. 그러다 인사동 옆 악기 상가로 유명한 낙원 상가 쪽에 진짜 ‘낙원떡집’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불과 얼마 전. 그 동네 이름이 바로 낙원동이고 명절 때면 떡을 맞추러 오는 사람들로 차도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고 떡 제조법을 배우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상경하던 ‘낙원동 떡전골목’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왜 ‘상경하던’인가 하면, 안타깝지만 이제는 왕년의 이야기가 됐기 때문. 예전에는 서른 군데가 넘던 떡집들이 지금은 열 곳도 안 된다. 하지만 아홉 곳이 어딘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낙원동은 많이 바뀌었지만, 전통의 명맥을 잇는 이들이 아직 그 동네에 산다. 

                    
                
  • 90년 전통의 낙원동 떡전골목을 지켜온 떡. 수수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100년의 가게를 이어갈 전통의 힘

 

낙원 상가를 지나면 바로 골목 어귀에 고운 노란색 낙원떡집간판이 보인다. 창업자 고이뽀씨의 손녀 이광순씨(72)가 세 번째 주인으로 운영하는 본점이다. 전국에 낙원떡집이 많은 것은 이 집에서 떡을 배워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꼭 직접 배우지 않았어도 명성을 잇기 위해 낙원떡집간판을 단 곳도 전국에 500개는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원조 낙원떡집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2대 사장이었던 이씨의 어머니 김인동씨가 1978LA에 차린 분점과 2005년 인사동 사거리에 생긴 분점까지 총 3. 인사동 분점은 장차 낙원떡집의 후대를 이을 이씨의 장남 김승모씨(46)가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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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낙원떡집의 본점. 노란 간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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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사거리에 있는 분점은 먹기 쉬운 한 입 포장 떡을 주로 판다.
 

고이뽀씨는 궁궐 상궁에게서 배운 궁중 떡을 전문으로 낙원떡집을 차렸는데, 처음엔 장사가 잘 안 되었다. 그러다 전쟁을 겪으며 서민 떡인 설기, 절편 등이 잘 팔렸고 그 맛이 알려지면서 주력 종목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가장 기본적인 떡 맛이 진짜 그 집의 실력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실제로 낙원떡집에 진열된 떡을 보면 명성과 비교해 평범하다는 생각이 맨 먼저 든다. 여느 동네 떡집과 다르지 않은 찰떡, 설기, 바람떡, 가래떡 등이 점잖게 놓여있다. 지금은 대중화된 두텁떡, 오색경단 등이 그나마 독특한 종류. 선물용 상자에 포장된 것들도 수수한 떡들을 모아 보기 좋게 담아두었을 뿐 별난 장식은 없다.

 

그러나 90년 낙원떡집의 명성은 떡을 베어 무는 순간에 느껴지고 그 오랜 시간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떡과 고명이 만드는 적당한 찰기와 단맛이 입안에서 오래오래 씹고 싶게끔 한다. 금방 삼켜 배만 부른 패스트푸드와는 분명히 다르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전통

 

전통은 여전하지만, 예전 명성은 흐려진 낙원동 떡전골목 삼일대로 변에는 새로운 모습들도 꽤 보인다. 뚝뚝 떨어진 떡집들 사이에는 아귀찜, 국밥집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식사 한 끼, 가벼운 술 한 잔을 책임지며 북적이고 젊은이들이 갈 만한 커피숍, 샌드위치 가게도 생겼다. 그중 새것의 티가 역력한 카페 하나가 눈에 띄어 다가가 보니 빵이 아닌, 조금씩 먹기 좋게 포장된 '떡'이 진열 돼있다. 간판에는 ‘Rice cake Cafe’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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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간 낙원동 떡전골목에서 떡을 만든 원조 평양떡집이 떡카페 No.432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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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전통에 딸의 아이디어가 더해진 근사한 공간. 작업실에서 새벽마다 떡을 만든다.
 

낙원동 유일의 떡카페 No. 432는 이제 문을 연 지 보름도 채 안된 따끈따끈한 가게지만, 그 자리에서 40년 동안 평양떡집을 운영해온 김종숙씨 모녀가 주인으로, 말하자면 낙원동 떡전골목의 새 단장이라 할 수 있겠다. 평생 정성 들여 떡을 만드는 어머니를 보아온 딸이 그 전통을 유지하면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도 함께 즐길 방법을 고안한 결과가 바로 이 떡카페.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소량 포장과 먹을 공간, 곁들일 수 있는 차가 있다면 떡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커질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공간이다. 한쪽에선 딸이 질 좋은 커피와 전통차를, 그 옆 조그만 작업실에는 어머니가 매일 새벽 변함없이 떡을 만든다. 삼일대로 432번지에 이 카페는 무엇보다 한국 전통 떡의 1번지가 처음 시도하는 신구의 조합인 만큼 그 의의가 커 보인다. 말이 필요 없는 40년 전통 떡과 세련된 분위기의 하모니가 낙원동 떡전골목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해 본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빵을 선호하는 식습관, 화려한 퓨전 떡의 인기가 전통 떡에 대한 관심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로구 삼일대로 변에는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쉬운 우리 전통의 맛이 살아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도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고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경쟁력임을 믿는 자부심은 인정받아 마땅한 장인정신. 그것을 알아주는 것만이 전통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북적이는 인사동을 한 블록만 건너면 나오는 낙원동 길을 떡 한입 벗 삼아 걸어보자.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함께 그 동네의 참맛을 알게 될 것이다.
 

 

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맛있는 떡을 먹는다. 아침에 갓 나온 낙원떡집 인절미는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
2. 유행을 아는 90년 전통 낙원떡집의 '커피 코코아 찰떡'도 별미다.
3. 혼란 방지!낙원상가 쪽은 본점, 인사동 사거리는 분점 둘 다 같은 낙원떡집이다.
4. 떡카페 는 떡과 커피의 잘 된 만남, 달콤한 바닐라 라떼와 심심한 설기는 또 찰떡궁합이다. 물론 우리 전통차도 준비돼있다.
5. 북적이는 인사동에서 한 블록만 나오면 한적하다. 한입 떡을 사 들고 조용한 낙원동 카페를 찾아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사랑스러운 빛깔을 띠는 떡 카페 No.432의 설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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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스러운 빛깔을 띠는 떡 카페 No.432의 설기떡
  • 떡 카페 No.432는 40년 전통의 떡 한접시와 차를 곁들여 여유를 즐기는 곳.
  • 90년 전통 낙원떡집의 떡은 수수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 낙원떡집에도 1인용 한 입거리 떡을 팔아 간편히 사먹을 수 있다.
  • 낙원동 평양떡집 어머니와 딸이 차린 떡 카페 No.432의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 낙원떡집에 걸린 사진과 한과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  낙원동 떡전골목에는 이제 몇 안 되는 떡집만 남았지만, 그 맛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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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왕의 떡을 만들던 기술이 오늘에 까지 이어지고 있는 곳, 낙원동 떡전골목에는 전통있는 떡과 떡집의 새로운 변신이 공존하고있네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1년 03월 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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