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전통과 현대가 만난 서촌 속 이색공간,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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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전통과 현대가 만난 서촌 속 이색공간


미로 같이 얽혀 있는 서촌의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면, 때때로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고운 간판을 단 한옥을 만날 때 그렇다. 마치 좋은 곳은 일부러 감춰두고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꼭꼭도 숨겨 뒀다. 다음번에 다시 찾을 때에도 길을 한 번 헤맨 뒤에야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곳들, 그러나 다음에도 다시 가고 싶어질 그런 곳들. 깊은 골목에 숨겨진 서촌의 한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각 고운당과 사진위주 류가헌, 건축학개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한옥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골목 깊숙이 숨어 있어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다른 하나는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인 한옥과 현대적인 의미의 공간이 복합됐다는 점이다.

                    
                

한옥과 게스트하우스의 만남, 고운당

 
  • 고운당 게스트하우스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개량 한옥으로 올해로 세워진 지 꼭 99년이 됐다.

통의동 한옥마을 어디쯤, 허름한 한옥들 사이로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온 듯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대문 옆에는 ‘고운당’이라는 문패가 크게 붙었다. 문패의 아래쪽으로는 ‘한옥체험살이’라는 작은 안내판도 함께 붙어 있다. 짙은 색을 띤 나무 대문에서 지나온 세월의 더께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문 안쪽도 영락없는 옛날 한옥의 모습 그대로다. 대청마루 아래로는 고무신 몇 켤레가 가지런히 놓였고, 마당의 가장 자리에는 크고 장독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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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당 게스트하우스 한옥의 내부는 비교적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고운당 게스트하우스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개량 한옥으로 올해로 세워진 지 꼭 99년이 됐다. 현재 주인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지는 4년째다. 이 집의 지나간 주인들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서까래도 기와도 모두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다들 이 집에 애착을 가지고 가꿨을 거라는 것이 주인의 전언이다. 고운당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들은 9할 이상이 외국인이다. 다섯 개의 방을 나눠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했을 뿐, 한옥 자체를 현대식으로 개조하지는 않았다.
 
화장실이 안에 달려 있는 방은 딱 하나다. 나머지 방에서 묵는 사람들은 모두 바깥에 있는 샤워실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은 하나도 없다. 외국 사람들에게는 분명 불편한 숙박시설일 텐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한옥에 관심을 가져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에 매일 아침 게스트들에게는 직접 만든 한식을 대접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께 고운당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이것저것 묻던 중, 마침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손주인가 보다. 손주의 밥과 건강을 염려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 어머니들 모습이다.
 

 

한옥과 갤러리의 만남,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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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주 류가헌'은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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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색 벽면에 걸린 사진이 한옥의 서까래와 어우러져 이채롭다.

‘사진위주 류가헌’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다. 지난 2010년 사진 찍는 이한구 작가와 글 쓰는 박미경 작가 부부가 ‘함께 흐르면서 노래하는 집(流歌軒)’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여 개관했다. 보안여관 골목으로 들어간 뒤, 간판을 따라 또 한 번 좁은 골목으로 꺾어들어 가야 고운 대문을 보여준다. 류가헌은 1940년대 세워진 개량 한옥을 다시 고쳐 만든 갤러리다. 70대 노인들이 살던 ‘ㄱ’자 형태의 한옥과 ‘ㄷ’ 형태의 한옥 두 채를 이었다. 'ㄱ‘자 집은 전시공간이 됐고, ’ㄷ‘자 집은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도서관이 됐다.
 
묵직한 나무 대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니, 아담하면서도 정갈한 앞마당이 맞이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판잣돌이 갤러리 쪽으로 이방인의 발길을 재촉한다.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하얀 벽면에 듬성듬성 걸린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까래 아래로 가지런히 걸린 흑백사진들이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방명록과 귓가에 잔잔히 울리는 음악, 문틈 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빛들이 소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까래 아래 한 편의 그림처럼 걸려 있는 사진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사진위주 류가헌’의 문을 두드리자.
 

 

한옥과 문화공간의 만남,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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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간 '건축학개론'은 지난 2012년 인기를 끌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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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개론>의 두 주인공이 앉아 있던 마루가 그대로다.

지난 2012년 ‘첫사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멜로 영화로서는 드물게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수지 분)과 승민(이제훈 분)이 나란히 앉아있던 한옥이 최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일반에 공개됐다. 한옥의 주인은 손호연 시인과 함께 모녀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승신 시인. 본래 글을 쓰기 위한 글방으로 마련한 공간이었으나,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자 한옥체험 카페로 문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에는 전통차를 판매하는 카페로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공연과 강연, 시낭송, 음악회 등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 이처럼 고즈넉한 한옥과 현대적인 의미의 공간이 복합된 특별한 장소들을 만나고 싶다면 서촌으로 떠나라.
 

 

1. 서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외국인 친구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2.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 친구라면 ‘사진위주 류가헌’에 들러보세요. 사진에는 언어를 뛰어넘는 힘이 있답니다.
3.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 친구라면 영화 <건축학개론>을 먼저 보여주세요. 첫사랑은 만국공통이니까요.
4. 서촌은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가 아니에요. 서촌을 여행할 때만큼은 한국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라 권해주세요.
5. 게스트하우스와 갤러리, 카페 외에도 한옥을 개조한 숨은 명소를 함께 찾아보세요!
 

'고운당' 문패 아래 종로구청에서 제공한 '한옥체험살이' 안내판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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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운당' 문패 아래 종로구청에서 제공한 '한옥체험살이' 안내판이 붙었다.
  • 앞마당에 장독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이 정겹다. (고운당)
  • 게스트들을 위한 전통 신들이 준비되어 있다. (고운당)
  • 객실은 옛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운당)
  • 이 골목의 끝에 '사진위주 류가헌'이 숨어 있다.
  • 앞마당에 잘 정돈된 판잣돌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사진위주 류가헌)
  • 갤러리 안에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위주 류가헌)
  • 영화 <건축학개론> 속 두 주인공이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던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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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부터 갤러리, 복합문화공간까지 한옥의 변신은 무궁무진하군요! 한옥이라는 우리 전통 건축과 현대적 의미가 부여된 공간과의 만남을 보고 싶다면 지금 서촌으로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엄은솔 취재기자

발행2015년 02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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