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서점에서 새로 나온 소설이나 만화책을 훑어보는 즐거움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참고서를 핑계로 서점엘 들러 이책 저책 청소년의 구미를 당기는 신간을 골라 한 권 얻어오는 날이면 기분 좋은 저녁 식사를 했다. 이렇게 동네 어귀마다 있던 책방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으로 우리의 동네 책방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사라져버린 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서울 서촌 대오서점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서점이 일으킨 문화 반전 -대오서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촌 대오서점
요즘도 페인트로 된 간판을 걸어놓은 상점이 있을까? 페인트로 간판을 꾸미지도 않겠지만 오래된 페인트칠이 벗겨진 간판을 당장에 갈아치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그 멋이 더 어울리는 곳이 있으니 서울 서촌 대오서점이 그렇다. 세무서 공무원이었던 故 조대식 할아버지가 6·25 전쟁 당시 문 닫힌 세무서에서 동네 고물과 책을 팔아 모은 돈으로 지금 누하동 자리에 작은 한옥을 마련하여 부부의 가운데 이름 한자씩을 따 ‘대오서점’을 열었다.
지금은 대오서점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대오서점은 그저 평범한 동네 책방이었다. 인터넷과 대형서점의 편리한 쇼핑문화로 하나둘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고 대오서점 역시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조대식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은 8톤 트럭 한 대 분량의 책을 정리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었지만 할머니는 대오서점을 처분하지 않으셨다. 먼저 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는 곳을 어찌 쉽게 처분할 수 있었으랴. 할머니의 서점을 향한 변치 않는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먼저 가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일까? 옛 모습을 간직한 서점에 사람들의 방문이 점점 늘어나고 서울시는 대오서점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추억 속으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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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책방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대오서점의 옛 풍경을 사랑해 주는 많은 사람으로 인해 대오서점의 안채를 볼 수 있도록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책방과 붙어있는 책방 카페를 통해 대오서점 내부와 집안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재미난 소품들이 눈에 띈다. 발로 꾹꾹 누르며 소리를 냈던 오르간은 아직 연주할 수 있는지 악보와 함께 한 구석에 자리하고, 벽 한 편에는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때 배웠던 미술, 사회 교과서 등이 진열돼 있어 내용을 잊었더라도 어릴 적 감성을 자극한다.
얼마나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반질거리는 돌계단을 내려가면 고즈넉한 마당이 나온다. 마당 주변엔 벽을 쌓은 듯 책장, 찬장 가릴 곳 없이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고, 서점 주변으로 경복고, 배화고 등 학교들이 인접해 있다 보니 학생들이 찾는 참고서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책표지 색이 바래, 마치 똑같은 책을 모아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다 다른 책이다. 책방을 통해 안채로 들어가면 할머니가 쓰시던 70년 된 오동나무 장과 재봉틀이 있다. 툇마루와 잘 어울리는 아늑한 마당에는 요즘 시공에서도 보기 힘든 원조 손 우물 펌프가 있다. 마당의 정취에 빠져 아랫방의 창문을 놓치지 말자. 오래된 창문에서 보내주는 옛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트래블아이에서 준비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좀 더 꼼꼼히 대오서점을 감상하도록 하자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보자!
문화공간로 변신하는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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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돌려놓은 서점의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인지 드라마 촬영과 가수 아이유의 앨범 촬영장소로 유명해 지면서 찾는 방문객이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40~50대의 옛 추억을 떠올릴 만한 곳이지만, 주로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20~30대 젊은 커플이라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스펙 쌓기에 바쁜 젊은이들이 그들만의 감성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대오서점은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시간을 즐길 줄 알았던 과거를 공간과 사진들을 통해 만나보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오서점은 이제 할머니를 대신해서 다섯째 조정원 씨가 운영을 맡고 있다. 비록 책 판매는 중단했지만, 그동안 할아버지가 모아 둔 책들은 카페 내에서 빌려 볼 수 있으니 아쉬움은 없다.
시간의 미학이 체화 되는 곳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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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서점이 있는 서촌은 유난히 시간의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고층건물이 적어 하늘이 더 가까이에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오서점을 먼저 보아도 좋고 서촌의 구석구석을 먼저 돌아보아도 좋다. 오래된 옛집과 그 앞에 자리한 신축 빌라와의 대화도 볼만한 풍경이니 발길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곳에 오면 평범한 모습도 의미가 새겨진다.
아파트의 이름과 평수를 자랑하는 아이가 아닌 책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의 향수를 가지고 자라는 아이가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모두가 새것과 최신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작은 것과 머무는 것의 미학을 삶으로 체득하고 있는 서촌 주민들이 그저 부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비싼 장식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주는 대오서점. 허름함 속에 추억을 담고, 빠르게 보다는 조금 더 느리게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 대오서점과 서촌 풍경을 찾아 시간을 내봐도 좋을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대오서점으로 떠나볼까요? 낡은 책과 정겨운 동네가 추억을 망울망울 떠오르게 할거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12월 2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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