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골목마다 아로새긴 옛 한옥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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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간직한 고택은 그저 예스럽다는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힘든 깊은 울림을 준다. 굽이굽이 지나는 골목마다 마주치는 조금씩 다른 모습의 고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옛 시절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는 사단법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1호로 지정한 전통한옥마을 남사예담촌이 있다. 이곳의 참 아름다움은 골목 담장에 있다. ‘예담’은 옛 담장이라는 의미다. 예를 다해 손님을 맞는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3.2km에 이르는 토석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돼 있다.
담장의 높이는 2m에 이른다. 민가의 담장이라기엔 다소 높은데 골목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말에 올라탄 사람 눈높이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곳에 쟁쟁한 반가가 많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남사예담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가 마을로 황톳빛 담장과 고택이 어우러져 골목마다 옛 정취가 아로새겨진다. 이곳을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둘러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 한국관광공사는 남사예담촌을 ‘5월에 가볼만한 이색 골목 여행지’ 전국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경남에선 유일하다. 골목과 오래된 담장이 잘 어우러진 곳이니 충분히 납득이 간다. 산청남사리이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118호)에서는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 구조와 음양의 조화를 꾀한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으며, 유교 전통이 깃든 산청남사리최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117호)와 사양정사(경남문화재자료 453호)도 눈에 띈다.
하씨고가에는 산청 삼매 중 하나인 원정매가 있다. 수령 670년이 넘는 고매 였으나 지금은 2007년 고사한 나무의 뿌리에서 자란 자식 나무가 매년 봄, 꽃을 피우고 있다. 원정매 외에도 여러 고택 앞마당에는 매화나무가 자리해 봄철 매화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을 감싸 안 듯 돌아나가며 흐르는 남사천을 건너면 국악계 큰 스승으로 손꼽히는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념하는 기산국악당을 비롯해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장군이 묵어갔다는 산청 이사재(경남문화재자료 328호)가 있다. 파리장서운동을 이끈 면우 곽종석 선생과 전국 137인의 유림을 기리는 유림독립기념관도 빼놓지 말아야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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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사예담촌에서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전통한옥마을과 약초의 고장 산청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한복 입기체험은 부부사이의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상징하는 부부 회화나무를 배경으로 방문객들이 반드시 사진을 찍고 가는 필수 코스다. 족욕체험은 각종 한약재를 넣어 우린 물로 족욕을 하면서 한방차를 마시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천연염색 재료를 이용한 염색손수건 만들기와 투호, 널뛰기, 그네뛰기, 윷놀이 등 가족단위 방문객이 함께 즐길만한 전통 민속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마을 곳곳에 퍽 맛을 내는 좋은 식당들이 많다. 고가와 한옥에서 하룻밤 묵어 갈 수도 있다. 숙박 예약은 남사예담촌 홈페이지(http://namsayedam.com/)를 통하면 된다.
산청 조식 유적(사적 305호)과 겁외사, 목면시배유지는 남사예담촌과 한 코스로 둘러보기 좋다. 남명 조식 선생은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 양성에 힘쓴 조선 시대 대학자다. 성철 스님 생가터에 들어선 겁외사는 검소한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준 스님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목면시배유지는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 온 문익점(1329~1398) 선생이 씨앗 재배에 성공해 전국에 보급한 곳이다.
시간에 여유가 좀 더 있다면 국내 최대규모의 한방테마파크인 동의보감촌을 방문해도 좋다. 한의학박물관과 약초전시실 등 한의학을 배우는 전시시설은 물론 한방미로공원과, 한방테마공원, 허준 순례길 등 야외 체험시설과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 주제관 등이 잘 꾸며져 있다. 상부에 위치한 동의전에서는 약초차 체험과 한방온열체험도 해 볼 수 있다.
고스넉한 멋, 흙과 돌로 만든 옛 담장 너머로 타고 오르는 담재이덩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 남사예담촌! 즐길만한 체험까지 풍성하니 한옥 풍경과 어우러진 옛 담장 사이의 길이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이수민 취재기자
발행2020년 05월 18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