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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역사이야기가 숨어있는 해미읍성


외세의 침략을 굳건히 버텨낸 세월도 잠시, 피비린내 나는 절규가 울려 퍼지는 형장이 되어 버린 운명을 지닌 곳. 이곳은 바로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에 지어진 읍성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곽이다. 해미읍성은 조선 초·중기 서해안 지역을 수호하던 군사기지로 충청도 지역의 군사적 중심지였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진행된 천주교 탄압으로 인하여 천주교인 1천여 명을 처형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봄'에 더 빛나는 해미읍성 그리고 해미천

아름드리 서 있는 왕벚나무가 해미읍성의 봄을 알린다. 

해미읍성의 봄은 특별하다! 역사적 명소로도 충분히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매년 봄이 되면 이곳의 봄은 온통 꽃향기로 가득하기 때문. 해미읍성 주변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커다란 왕벚나무를 만날 수 있을 터. 커다란 벚나무 자체의 신비도 좋지만 나무 아래 돗자리 하나 깔고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봄 분위기에 완연히 젖어들게 된다. 지나는 이 봄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왕벚나무에서 추억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해미읍성의 앞에 흐르는 해미천은 봄이 되면 만개한 벚꽃들로 가득하다. 

자, 해미읍성의 봄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고 났다면 가까이 있는 해미천을 찾아가 보자. 이곳 해미천은 숨겨진 벚꽃명소이기 때문. 해미천을 중심으로 길게 드리워진 벚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꽃이 된 것 같기도, 꽃이 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따사로운 봄 햇살, 그리고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해미천의 벚꽃길은 충분히 걸을만하고 그 이상의 감동이 전해진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게는 낭만의 자전거 길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 해미읍성을 찾는다면, 해미천도 함께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시대의 흐름을 함께한 해미읍성

해미읍성은 다방면에서 중요한 지역이었다.

해미읍성의 본래 이름은 ‘해미내상성’으로 이 성의 축조를 지시한 사람은 조선 세 번째 임금인 태종이다. 태종은 즉위한지 16년이 되던 해에 왜구에 대한 방비책의 하나로 지금의 서산지역에 해미내상성을 쌓도록 지시했다. 성곽의 길이만 1800m이며 성벽의 높이는 5m인 해미내상상은 성벽 안쪽의 면적은 2만여 평의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이곳은 약 850명의 조선군이 주둔했으며 군사의 통제를 위한 지휘소 역할을 했다. 특히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충무공 이순신이 충청병사 군관으로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성곽을 구성하고 있는 성곽의 축에는 청주, 충주, 상주, 연산 등 다양한 지역이 새겨져 있는 점을 보면 해미내상성을 축조할 당시 전국에서 인력을 차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230년간 종2품의 벼슬인 병마절도사가 주둔해 있으며 군사적 요충지의 의무를 다했다. 후에 병마절도사의 주둔지가 청주로 바뀌고 그 자리에 해미현 관아가 옮겨오면서 해미읍성이 되었다. 

 

찬찬히 둘러볼까, 해미읍성의 이모저모

  • 해미읍성에는 관리들과 그 가족이 살던 한옥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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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나무에는 과거 천주교도들의 아픈 기억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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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에는 관리들과 그 가족이 살던 한옥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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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에는 과거 천주교도들의 아픈 기억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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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은 야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해미읍성의 정문이면서 남문이기도 한 진남문을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평지와 함께 곳곳에 최근 복원된 조선시대 건물들이 눈에 띈다. 성 가운데 높다란 언덕에 오르면 청허정으로 불리는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태안 앞바다는 물론 날씨에 따라 안면도를 넘어 서해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청허정 앞 청정한 비경에 감탄하다가 뒤편을 보게 되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뒤편에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푸름을 간직하는 소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해미읍성만이 가진 특별한 볼거리이다. 

해미읍성을 돌아보다 보면 수백 년은 족히 넘은 회화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 나무는 140여 년 전 병인박해 때 형장의 교수대가 되어 천주교도의 목숨을 앗아간 얄궂은 운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호야나무로도 불리는 회화나무는 1800년대에 진행되었던 천주교 박해시기에 수많은 천주교도를 고문했던 곳이다. 흥선대원군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회화나무에 천주교도들을 매달고 모진 고문을 자행했고 병인박해 당시에는 1천여 명의 천주교인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픔이 있는 곳이기에 지금은 전국의 수많은 천주교도들의 순례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회화나무의 수령은 약 3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해미읍성의 축성 배경과 숲이 만들어진 역사적 이유까지 더해진다면 서해안 최고의 볼거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였던 해미읍성은 성 자체적으로 전투에 사용하는 무기와 말과 마차, 장비 등을 조달하던 보급창의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많은 역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 안에서 자랐던 여러 나무들은 마차와 무기로 제작되었고 송진은 화약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 기록에는 해미읍성은 소나무와 함께 대나무 역시 숲을 이룰 정도라는 기록이 있다. 곧게 자란 대나무를 잘라 활과 화살을 만들고 여러 가지 무기를 만들 때 보조 재료로 사용하는 등 전시에 대비해 많은 무기를 성안에서 자급자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읍성은 지방 행정 관청이 있는 마을에 들어서며 평시에는 행정의 중심지가 되고 전시는 방어의 중심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옛 해미읍성을 상상하다, 해미읍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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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축제의 하이라이트, 퍼레이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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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축제에서는 전통문화와 관련된 공연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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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체험 요소 또한 해미읍성축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다. 

매년 10월, 해미읍성 일원에서는 '서산해미읍성역사체험축제'(이하 해미읍성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이 시기에 해미읍성을 찾는다면 조선시대의 모습이 눈앞에서 되살아난 것만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미읍성축제를 상징하는 '해미동이' 캐릭터와 함께 펼쳐지는 이 축제, '관아마당극', '정순왕후의 일상', '옥사상황극', '태종대왕행렬 및 강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해미읍성의 역사와 옛 해미읍성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은 물론, 야간기획공연인 '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전통국악공연', '전통 한복 쇼', '전통문화공연' 등을 통하여 전통의 아름다움에 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민속놀이 체험과 전통 공예 체험, 대회형 프로그램 등 해미읍성축제를 찾은 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잔뜩 마련되어 있으니 해미읍성은 축제기간 동안 거대한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축제장에서 운영하는 '엽전 환전소'에서는 현찰을 엽전으로 바꾸어주기도 하는데, 이 엽전으로 해미읍성 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즐거운 기분으로 해미읍성을 돌아볼 수 있겠다. 곳곳에서는 전통놀이의 흥겨운 함성과 가락이 쉼 없이 울려퍼지니 해미읍성축제를 찾는 이들의 표정은 매해 밝기만 하다. 

한가지 더! 해미읍성의 작은 축제는 365일 계속된다. 바로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전통문화공연이 열리기 때문. 대북, 사물놀이 등의 전통악기 연주와 함께 판굿, 전통무예시연, 줄타기 등 일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공연까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마치 옛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전통 주막과 전통 찻집도 마련되어 있으니 입도 심심하지 않을 터. 더불어 지역의 우수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직거래 장터도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니 참고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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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9경 중 1경인 해미읍성! 사계절 다 아름답지만 봄에는 활짝, 그리고 가득히 핀 벚나무들을 만날 수 있기에 나름의 운치가 있답니다. 매주 토요일에 함께하는 전통문화공연도 놓치지마세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10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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