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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인적이 서린 영남의 관문, 영주 죽령 옛길


‘아흔아홉 굽이에 내리막 30리 오르막 30리’로 불리는 가파른 길, 죽령은 영주와 단양을 연결하던 옛길로, 소백산국립공원 내에 있다. 삼국시대 때에는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신라와 고구려의 국경 지역으로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이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향하던 옛 유생들과 갖은 물품을 실어 나르는 보부상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한민족 역사가 흐르는 혈관 ‘죽령 옛길’

오래도록 우거진 길을 새롭게 등산로로 만든 죽령 옛길

소백산 제 2 연화봉과 도솔봉이 이어지는 지점인 죽령(竹嶺)은 문경새재와 추풍령과 함께 영남 3관문의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해발 696에 위치해 으뜸으로 손꼽혀 온 곳이다. 여기를 지나는 2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민족 역사와 함께하며 한반도 동남지역 교통과 교역의 핏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함께 새로운 통행로가 개척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인적이 끊겨 수십 년 동안은 산짐승만 오가는 숲으로 변해갔다. 1999년 영주시가 희방사역에서 주령주막까지 2.5km 구간의 죽령옛길을 복원했다.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역사의 애환을 간직하며 한반도 내륙의 혈관으로 선조들의 발자취를 길가에서 노니는 산짐승과 더불어 느낄 수 있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죽령 옛길 걷기 행사에서 길을 가는 양반과 보부상의 모습

20세기 초 만하더라도 영남 내륙의 여러 고을에서 서울을 왕래하기 위해서는 모두 이 길을 지나야 했다. 나라의 관리는 물론 갖은 물품을 실어 나르는 보부상,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 길에 오른 선비들로 고갯길은 산골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고갯길에는 길손들을 위한 객점과 마방이 즐비했고, 장터까지 열렸다. 죽령길 개척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남의 맹주 신라는 ‘한강을 진출해야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 국시를 세웠다. 삼국사기에는 “아달라왕(阿達羅王) 5년(158년) 3월에 비로소 죽령길이 열렸다”라고 적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아달라왕 5년에 신라사람 죽죽(竹竹)이 죽령길을 개척하고 기력이 쇠진해 죽었는데, 고개 마루에 죽죽을 제사하는 사당 죽죽사(竹竹祠)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죽령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가 첨예하게 대치하던 격전의 현장이었다. 유명한 설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도 이곳이다. 고구려 영양왕 원년(590년) 평원왕의 사위 온달장군이 신라에게 빼앗긴 죽령 이북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단양군 영춘면 일대에는 온달과 관련한 유적지와 설화, 전설이 다양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엣길 풍류, 걸으며 즐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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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을 올라가는 초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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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맥을 걸어가는 만큼 다소 거친 길도 유의해야 한다.

이 죽령 옛 길이 거리상으로는 심하게 먼 것은 아니다. 희방사역부터 시작해 죽령마루까지 걷는 길이는 약 2.8km. 이 옛길은 소백산 자락길의 3자락의 일부일 뿐이다. 정말로 3자락길을 다 완수하고 싶은 사람은 옛길 외에도 용부원길, 장림말길 등 가야 할 곳이 아직 많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발짝 부터. 죽령 옛길은 그 옛날 사람들이 겪었듯이 만만치 않은 높이를 자랑한다. 특히 오르막이 심한 길은 대체로 흙과 돌만이 깔려 있어 한층 조심하며 오르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이 죽령 옛길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옛길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다. 언뜻 보면 평범한 소나무처럼 보이는 나무들이나, 이 나무들의 정확한 이름은 일본잎갈나무다. 말 그대로 일본에서 많이 자라는 수종 중 하나. 이 나무들이 죽령에 터를 튼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 소나무를 모두 베어간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쟁 물자로 소나무를 송두리째 실어나간 뒤 민둥산이 되어버린 이 주변에 일본잎갈나무를 심은 것이다. 그 이유도 분분하다. 소나무가 한민족의 정기를 상징하는 만큼 민족 정기를 짓밟기 위해 그랬다는 말도 있고, 소나무보다 빨리 자라는 잎갈나무를 이용해 또 다른 전쟁물자를 만들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죽령옛길걷기에서 농암과 퇴계의 작별을 그려내는 역할극의 모습. 주막촌이 활성화되어있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슬픔에도 불구하고 죽령 옛길을 걷는 것은 여전히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흥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행사나 건물들이 재현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특히 재를 거의 다 넘어갈 적, 목을 시원하게 적시는 탁배기 한잔을 할 수 있는 주막은 그 옛날 모습처럼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들리곤 하는 또 다른 명소. 더욱이 2012년부터는 죽령 옛길 재현행사가 꾸준히 벌어지며 죽령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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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가까운 세월의 역사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진 옛길을 찾는 다면 영주시!
영주시의 죽령 옛길을 따라 선비들의 고갯길을 넘어봐요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8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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