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마을에서 만난 멋 - 왜목마을
- 충청남도 당진시 -
한 해의 시작 또는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동해로 지체 없이 떠날 생각이라면 서해에도 분명 해돋이 명소가 존재한 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동해의 일출이 강렬한 남성미를 지녔다면 서해 일출은 부드러운 여성을 마주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충남 당진의 왜목마을에 가면 그간 볼 수 없었던 해돋이의 새로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마을 곳곳에 산재한 매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왜목마을의 숨은 매력까지 품고 돌아오라!’
이른 새벽 현대제철소 굴뚝을 등대 삼아 서해대교를 건너 왜목마을로 향하는 길. 느닷없이 ‘왜목마을’이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져온다. 왜 ‘왜목’이라 했을까?
“왜 ‘왜목’이라 불리게 된 거지? 왜가리의 목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걸까?”
“누워 있는 사람의 목을 뜻하는 ‘와목(臥木)’이 충청도 억양을 거치면서 ‘왜목’이 됐다지. 실제로 장고항포구에서 왜목마을을 보면 나지막한 산 사이로 움푹 들어가 가늘게 이어진 형상이 마치 누워있는 사람의 목처럼 생겼다는데, 마을로 가기 전 장고항 쪽을 먼저 들러볼까?”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왜목마을. 초입부터 현수막을 걸려는 몇몇 마을사람들이 눈에 띤다. 벌써 이들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소박함에 정겨워지는데?
“좀 더 왼쪽으로 왼쪽으로! 그만~ 조금만 더 위로!”
“여기유? 됐슈? 우리 마을 현수막 ‘왜목 해돋이 축제’ 글씨를 좀 봐유. 색깔 잘 빠졌네~!”“바쁘다, 바빠! 말일 밤에는 커피나 핫팩 사러 오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빨리 준비를 해야지, 이 사람!”
왜목마을까지 왔어도 서해 해돋이 비경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을까? 좀 더 웅장한 일출을 보려면 명당이 따로 있다는데. 아무 주민에게나 물어도 친절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거 젊은 사람, 해 뜨는 거 보러 예까지 왔으면 마을 뒷산으로 가보슈. 거기가 명당이여!”
“지금 보이는 저기 낮은 언덕배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구먼. 꼭대기까지 100m도 안 되는 놈이래도 나름 이름도 있는 산이여. 석문산이라고. 저기서 보는 일출이 여튼 끝내준다니께.”
바다를 가르듯 솟아나는 광활한 태양이 짙은 황토빛 물기둥을 만들며 서서히 세상을 밝혀오는 그 유장한 광경을 바라보자. 동해의 일출과는 또 다른 감동이 전해질까?
“봐봐! 동해의 일출과는 또 다른 느낌이야. 동해안은 장엄하고 화려한 반면 이곳에서 보는 일출은 소박하면서도 그 속에 정적인 화려함이 스며 있어.”
“동해의 일출은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서해 왜목마을 일출은 한순간 바다가 짙은 황토 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마치 수줍은 아낙네의 미소를 보는 것 같아.”
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겨울이 끝날 무렵까지도 일출을 보려는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진단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일출을 볼 수 있다니, 어떤 논리일까?
“왜목마을은 시기별로 위치가 바뀌면서 일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해 뜨는 시간은 동해안보다 약 5분 정도 늦다죠?”
“여기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지유. 일출의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일수가 최대 180일은 되겄네유. 서해지역임에도 이만큼 일출 볼 수 있는 데가 또 있으려고! 허허~”
서해안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고, 일수가 긴 것도 다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그래도 그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한다면 지도를 펼쳐들고 마을의 위치를 살펴보자!
“지도를 보면 당진군이 서해에서 반도처럼 북쪽으로 불쑥 솟아나 있는데, 왜목마을의 위치가 이 솟아나온 부분의 해안에서 유독 동쪽을 향해 있음을 알겠어. 쉽게 말해 이 마을은 서해바다를 끼고 있지만 동쪽을 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겠어.”
“그렇구나. 같은 일출이지만 왜 동해와 다른 느낌을 갖는지도 함께 이해가 되는데?!”
외진 어촌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관광명소로 거듭난 건 동해와 같이 서해에서도 일출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고?
“하루에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죠?”
“그라믄유~. 아까 알려준 석문산 정상에 다시 올라가 보시유. 장고항 용무치부터 화성 국화도 사이로 해가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지유. 일몰은 석문면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께 꼭 한번 보시구랴. 허허.”
왜목마을의 멋이 비단 해가 뜨고 지는 데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을 자체 분위기나 풍경이 단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그 진가를 알려면 마을 앞 해변으로 나가야 한다.
“와~ 어선들이 줄지어 선 모습 하며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들려오는 돌 구르는 소리, 저기 국화도, 입파도 사이에 파묻힌 작은 바다는 호수처럼 또 어찌나 잔잔한지….”
“정말 그래. 특히 오작교 주변에 연인들을 위한 코스를 만들어놨어! 이마저 동화 속 장면들 하나한 같지 않니?”
왜목마을에 가면 하루에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한 명소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어스름 안개 낄 때 산책 삼아 걷는 해안가 포구는 그야말로 한 장의 빛바랜 사진처럼 정감이 묻어납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박한 마을주민들의 후덕한 인심에 여행의 기쁨은 배가됩니다. 굳이 첫해를 맞으러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내면의 숨은 보물을 끄집어내기 위해 찾는 여행지를 물색 중이라면 지체 말고 ‘해를 품은 마을’ 왜목마을로 떠나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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