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원시림의 속살을 맛보다
- 경상북도 울릉군 -
머나먼 울릉도 여행은 울렁거림으로 시작합니다. 작심해야 갈 수 있는 머나먼 여행길, 그 먼 바다 한가운데 떠 있을 섬으로 향하는 울렁거림이 그 첫 번째입니다. 쾌속선이 다니는 길이어서 예전보다는 한결 이동하기 편해졌지만 파도라도 높을라치면 뱃멀미 때문에 겪어야 하는 울렁거림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 울렁거림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과 하염없이 걷고 싶을 만큼 운치 있는 숲길에서 울릉도의 속살을 마주했을 때 겪게 됩니다. 맞습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울릉도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섬 일주 트래킹을 떠나라!’
요즘 갈 곳 잃어 매너리즘에 빠진 백패커들, 섬 곳곳에 산재한 울릉도만의 참 매력을 느껴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첫 소감은 과연 어떨까?
“천혜의 비경들이 즐비하다더니, 숲이 마치 원시림에 가까워! 포장도로가 놓이긴 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내륙 옛길은 수풀이 머리 위를 껑충 치솟는 곳이 많아.”
“제1호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될 만도 하지? 하늘 한 점 보이지 않게 가릴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하고, 사방은 온통 생명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어!”
안평전 등산로 입구까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불편함도 있지만, 등산로에 들어선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짜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길이 벌써부터 가팔라지는 게, 우리가 숲 속 깊숙이 들어온 것 같아. 어느새 그 푸른 바다가 한 조각도 보이지가 않네.”
“빛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시간마저 멈춘 듯하구나. 하지만, 발걸음 뗄 때마다 나무와 풀, 흙이 발산하는 상쾌한 기운이 기분을 좋게 하지 않아?”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은 이 섬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다보면 흡사 정글탐사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속살을 보기 위한 장소는 따로 있다고.
“나리분지를 제외하면 평지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어! 지금 우리가 향하는 저 봉우리, 원시림이 정말 빼곡하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신기하게도 여긴 뱀이 없다지? 그래서 더 자유롭게 발길을 내딛을 수 있다고.” “그거 참…. 그나저나 저 중앙에 솟은 최고봉의 모습, 멀리서 봐도 참 장관이야.”
성인봉 정상은 별다른 풍경 없이 표지석 하나 덩그러니 서 있어 뭔가 밋밋하다. 시야마저 답답한 듯한 이곳을 벗어나 아래로 향하다 보면 전혀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는데?
“나무가 어른 키보다 높게 자라 있어 봉우리 몇 개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 발밑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을 기대했는데, 이거 좀 실망스러운 걸.”
“이쪽으로 내려와! 여기가 바로 명당이었어! 형제봉, 미륵사, 송곳봉들까지 훤히 다 보여.” “정말! 가을에 오면 주변에 단풍보다 더 붉은 마가목 열매들을 실컷 보고 갈 수 있겠다.”
하산 길은 나무계단이 계속돼 비교적 편안하다. 그러나 나리분지에서 출발한 사람들에겐 여기가 ‘공포의 계단’으로 불린다는데 왜일까?
“오르는 길은 산비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나무계단만 보더라도 내려가는 길은 참 편하게 가겠다! 한 1천600개 계단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소리~. 2천개도 훨씬 넘는다던데?”
“정확히는 몰라도 아까 이쪽에서 오르던 사람들은 계단 수를 헤아리다 이내 포기했겠지?”
과히 식물의 보고라 할 수 이곳의 상쾌한 숲길은 나리분지까지 계속된다. 이 길을 걸으며 자생하는 나무와 꽃, 풀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다는데?
“부지깽이부터 명이, 노랑털머위꽃, 미역취 등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 종류만도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부지깽이? 옛날 아궁이에 군불 피울 때 사용하는 나무자루를 일컫는 말 아닌가?” “이 안내판을 봐봐! 잘 설명해놓았잖아. 여기 가장 흔한 ‘너도밤나무’ 이야기도 있네!”
등산로가 끝나더라도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는 이어지며 행의 묘미를 더한다. 산들이 철갑을 두른 듯 분지를 감싸고 있는 나리분지 평원에서는 또 어떤 풍경이 기다릴까?
“통나무로 집을 짓고 지붕에 돌을 잔뜩 올린 울릉도식 집구조의 너와집이 있는 나리마을로 가볼까? 통나무와 나무껍질로 지은 투막집들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을 거야.”
“나리전망대로 가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마을 전경은 물론이고,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만큼 넓고 평평한 땅을 갖게 된 섬을 앞으로도 쉽게 감상하기가 힘들 테니까.”
흙냄새, 나무냄새 구수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의집을 지나고 ‘신령수’라 부르는 샘터가 나온다. 이곳 물맛이 어디에 비길 데 없을 정도로 좋다는데?
“신이 내린 물맛이야! 달고 청량해. 하여튼 물맛 하나는 이름 그대로 신령스럽구나. 마트서 산 생수는 쏟아버리고 이 약수로 가득 채워야겠어!”
“내 생각은 좀 달라! 이끼와 양치식물들로 가득 메워진 바위들 틈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이 물, 고로쇠 수액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워. 울릉도의 속살 맛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혹자는 항구와 항구를 오가는 배를 타고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여행이야말로 울릉도의 ‘속살’과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여행법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울릉도 여행의 참맛은 ‘걷기’에 있습니다. 그 모든 길들은 거의 대부분 바닷길과 연해 있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쉴 새 없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올레길과 둘레길 등 수많은 길들을 새로 내고 있지만, 울릉도의 길은 예전부터 자연 그대로 거기 있어 왔기에 특히 그러합니다. 외딴섬의 원시비경에 숨겨진 그 속살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은 울릉도로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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